캐슬 독트린, 숨느냐 참여하느냐 갈등의 원칙들
DATE 17-04-07 05:29
글쓴이 : 어드민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성(城)’을 보호하자는 원칙이다. 얼마전 프리스코에서 지붕 수리 세일즈맨이 판촉하러 어느 집을 방문했다가 집주인이 쏜 총에 맞았다. 그 집에는 ‘판매사절’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집주인은 일단 체포됐다. 하지만 텍사스는 캐슬 독트린이 적용된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성(castle), 즉 보호구역이 있고 그곳에 침입해 위협하는 자에게는 무기를 사용해 대응해도 된다는 원칙이다. 
오래전 미국에 유학 온 일본 학생이 할로윈데이에 이상한 옷을 입고 미국인 집에 사탕을 받으러 뛰어다니다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총을 쏜 집주인은 결국 무죄가 됐다. 집주인은 총을 겨누면서 ‘freeze’ 즉 다가오지 말고 거기 서라고 경고했는데, 영어가 서툰 일본 학생은 그 말을 ‘please’ 즉 어서 오라는 말로 알아들었다는 기사도 있었다. 언어, 문화, 관습적 이해가 부족해서 발생한 비극이다.
개인의 영역을 보호해주자는 이런 원칙이 오히려 반대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또 다른 이론도 있다. 하딘이라는 연구가가 주장한 ‘공유지 비극’이라는 원칙이다. 개인주의적 사리사욕 추구는 결국 공동체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주장인데, 모두에게 공유되고 개방된 목초지를 그 예로 들었다. 주인이 없는 목초지가 있을 경우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비용을 줄이고자 다 이곳에 소를 방목해 풀을 먹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 목초지는 황폐화된다는 것이다. 
소유권 구분 없이 자원을 공유할 경우 나타나는 사회적 비효율의 결과를 꼬집는 원칙이다. 결국 개인주의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공적 통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국가의 탄생, 그리고 사회주의의 필요성이 제기된 셈이다. 때로 개인주의의 자율성이 부담스런 사람들은 통제된 사회주의 굴레가 더 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의식이 극대화될 때 개인이나 평범한 시민의 힘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위험성이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의 한 헌법학자가 말한 게 있다. 국가의 범죄는 절대 권력을 지닌 소수의 독재자들 야욕과 그들에게 복종하는 다수 봉사자들의 협력에 의해 현실화된다는 말. 즉, 몇 명의 ‘정신 나간 사람들’에 의해서는 이런 거대한 범죄가 이뤄질 수 없고,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권력의 전횡에 참여하거나 방관할 때에만 비로소 국가라는 괴물이 힘을 발휘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이 시민을 통제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건 오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헌법은 국가라는 괴물을 시민에 의해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시민사회 감시 없는 법률은 때로 권위적 정부로 흐르며, 법률가들만을 위한 사회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결국 보호돼야 할 시민의 권리는 오히려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그는 주장한다. 
정치가 정치가들만에 의해 이뤄진다면 이런 모순은 극대화된다. 개인은 투표든, 시위든, 방문이든 어느 수단으로라도 정치 참여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사상가 가세트의 말처럼 “다수를 차지하는 열등한 자가 보다 우수한 소수에게 지배 당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열등해서가 아니라 방관과 무관심으로 그같은 취급을 받는 처지에 놓인다는 지적이다.  
최근 지역 시의원에 출마한 한인 후보가 해당 도시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에펠탑 효과’를 노린 매우 탁월한 선거운동일 수 있다. 에펠탑이 처음 세워질 때는 이질스런 철탑이어서 환영을 못 받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에펠탑을 보며 익숙해지자 파리 시민들은 이제는 그를 애지중지한다. 자꾸 보여주고 노출시켜야 호감을 얻는다는 원칙이다. 물론 그들이 숨어있는 성문을 열게 하려면 신중하게 두드려야 하겠지만. 
한국 대선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식으로든 더 노출되고, 더 보여주는 게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관심을 끄는 방법이다. 물론 네거티브 노출이 반대효과를 불러오는 것도 있다. 이에 대해 ‘수면자 효과’라는 원칙이라고 말한다. 유언비어나 나쁜 소문에 대해서는 그 출처는 자고나면 잊어버리는데 그 내용은 사실이든 아니든 잊지 않고 간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숨어서 싸울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팁이 될 원리 하나를 소개한다. 발명가이자 철학자인 풀러의 원칙이다. “존재하는 현실과 싸우는 것으로는 결코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뭔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현 모델을 쓸모 없게 만드는 새로운 모델을 세워야 한다”는, 참 어려운 원칙 말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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