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편들기, 정치인을 믿으려는 기준의 흔들림
DATE 17-04-21 01:41
글쓴이 : 어드민      

“나는 무관심을 미워한다. 산다는 것은 어느 한쪽을 편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사회주의 이념가였던 안토니오 그람시의 명언이다. 맞다. 이제는 싫어도 어쩔 수 없다.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할 순간이 온 것이다. 한국의 대선이든, 미국의 지방선거든 지역 한인은 둘 중 하나의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아직은 한국 대선 투표가 가능한 나 역시 이제 한 사람을 결정해서 표를 던져야 할 시점을 맞이했다. 그 어느 때보다 급하고, 그래서 충분히 고민하고 궁리하고 따져보지도 못한 채 부랴부랴 어느 한 사람을 차기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해야만 하다니. 차악의 선택이라도 해야한다는 이 황망함이란. 
정치가를 믿는데 질리도록 배신감을 느낀 뒤로 누구를 선택하는 일이 마냥 즐거움이 되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누구를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믿는다든가 하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 아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조차 회의해봐야 하는 지도 모른다. 카뮈가 소설 페스트에서 했다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이 종말의 시작이다”는 말 때문이라도.  
한국 대선주자를 지지하는 이들끼리 극단적 대립 양상도 우려된다. 한 때 같은 편이었던 이들이 이제 갈라진 주자들 때문에 ‘원수’가 되는 일도 있다는 소식이다. 나와 다르면 적으로 삼아 막말과 험한 감정 반목으로 이어지는 건 이건 아니다 싶다. 이는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든 국력을 약화시키는 일이고,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친 이념 경쟁, 지지자간 싸움, 그리고 골깊은 분열이 국가 내부적 쇠약과 외부적 위기에 빠뜨리게 했던 사례는 동서 역사상 수도 없이 많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조선시대 붕당정치가 그랬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엄청난 족쇄를 채워 타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분쟁이 남긴 건 국력 약화, 외세 굴복뿐이었다. 
지금은 갈라져 있는 이들이라 해도 선거 후에는 뭉쳐야 한다. 작금의 내 반대편보다 더 믿을 수 없는 ‘야수’들이 밖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한국은 원래 자기나라 것이었다는 말로.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중국은 최소한 속으로는 한국을 속국 수준으로 여기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 중국과 급속히 친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어떤가. 북한이나 쓰는 ‘허세’ 작전인 양, 오지도 않는 항공모함이 대한민국 보호를 위해 달려오고 있는 것처럼 큰소리쳤다. 이건 어떤 이유로든 미국 대통령이 할 경박한 발언은 아니지 않은가. 
일본의 정치가들도 역사적으로 믿어선 안될 인물들임을 매번 보여줬다. 그 인기많던 아베 총리마저 ‘역시나’가 되고 있다. 한국 전 대통령처럼 그도 사립학원 국유지 헐값 매각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지지율이 급락했다. 본인은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해도 일본인들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아랫사람이 알아서 일을 처리한다’는 단어를 써가며 총리의 입김을 시사했다. 결국 오를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정치적 격언처럼 난이도가 높아지는 정치계에서 또 하나의 불합격자가 나온 셈이다. 
정치적 지도자 선택 기준의 난관이 여기서 발생한다. 그람시의 말처럼 지성은 회의하고 의지는 낙관할 수도 있다. 머리를 믿지 말고 의욕과 의지를 간파해 밀어주라는 말. 하지만 또 다른 이념가 알튀세르처럼 “나는 역사에서 의지주의를 믿지 않는다”고 공언하는 이도 있다. 그는 대신 지성의 명철함을 믿고, 또 그 지성을 도와줄 대중의 힘을 믿겠다고 했다. 
혹자는 정치를 이렇게 정의한다. 현실은 도리를 실현하는 장소고, 정치는 바로 그 도리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행위라고. 이런 도리를 현실에서 실천하려는 도학 정치를 꿈꿨으나 결국 보수화로 회귀하고 만 중종은 학자들에게 묻곤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란 뭐냐”고. 지성으로도, 의지로도 안되는 걸 체험한 유약한 왕의 절박한 물음이었다. 젊은 학자들의 답은 “역사에서 배우자”였다. 현실과 역사를 무시한 이념과 의지보다는 전체를 보는 세계관을 요구한 것이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 사이에 비전 공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두 시간이 넘는 후보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봤다. 나에게 비전을 공유해주고 설득하며 그의 세계관에 나를 초대하는 이가 있는지 보려고. 결론은? 나는 그냥 투표장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 편을 안들면 미워하겠다는 그람시 말을 되뇌이면서일 것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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