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신발장 충격, 왜 한 짝 신발들만 이리 많은가
DATE 17-07-14 01:24
글쓴이 : 어드민      

권력 무상의 일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하다. 요즘 일본 아베 총리가 권력 무상을 향해 돌진 중이다. 집권 후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그의 자민당이 최근 도의회 선거에서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를 한 것이 그 징조다.
아베에게는 그가 키워낸 측근 4인방이 있다. 이름 머리글자를 조합하면 영어로 ‘THIS’가 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작금의 아베 지지율 하락의 주인공들이다. 사학 스캔들로 욕을 먹고 있는데, 막말 작렬과 독선 등으로 아베 이미지 하락을 거들고 있다. 비판에 귀를 닫고 불통하는가 하면, 힘없는 국민을 막 대하고 다루는 교만을 보여줬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와 자민당이 자폭했다는 표현을 쓴다. 이는 새겨들을 말이다. 그 어느 권력도 따지고 보면 남 때문에 망하지 않는다. 대부분 내부에서 무너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 영화에서 나온 말이 있다. “내가 나를 무너뜨리기 전에는 아무도 나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자폭은 외부 공격보다 더 무섭다. 
권력 무상의 대명사 나폴레옹은 섬에 유배돼 사망했다. 세계를 차지했던 그였지만, 죽을 때 한푼도 없는 알거지였다. 본인은 그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유언으로 여러 지인들에게 재산을 나눠준다고 호기를 부렸다. 결국 거짓말을 유산으로 남긴 꼴이 됐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 시대를 열어준 대원수 멘시코프도 권력 무상의 표본이다. 고아로 비천한 출신인 그가 전쟁 승리를 이끌어내며 황제와 황후 총애로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다스렸다. 그러나 그의 행운도 끝이 있었다. 권력남용과 부정부패 혐의로 황제 친위대에 체포돼 시베리아로 추방된다. 그를 무너뜨린 건 선천적 탐욕이었다. 수많은 재산과 권리를 차지하면서도 그는 만족을 몰랐다. 오죽하면 황제가 그를 때리며 “욕심만 많은 비천한 놈아, 나가서 빵장수나 계속하라”고 혼냈을까.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나오는 대사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에 방황하는 존재”라는 말은 욕심과 무관치 않다. 권력이든 명예든, 재물이든 인간은 그걸 추구하는 동안에는 방황하게 돼있다. 안착할 목적지도 없다. 멈출 제어력도 없으니 계속 안달할 수밖에. 
한국에서 한 야당 대표가 사과를 했다. 대선 기간 상대 후보 아들에 대한 허위 정보를 조작하는데 당 간부들이 연루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 대사가  또 떠오른다.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를 건져내는 일이라는 말. 얻으려면 손에 더러운 걸 묻히게 돼있다. 그런데 얻는 게 진주가 아니다. 무상한 권력 뿐이다. 
권력자들이 새겨들을 선현의 말이 있다. 임금은 자신을 버리고 사심을 없이하여 늘 고요한 마음과 적은 욕심으로 안팎의 대비를 엄중히 하고 사사로운 청탁이나 민원을 단호히 차단해야 한다는. 
잘 알려진 간디의 일화다. 변호사 활동을 하던 그가 한번은 기차를 급히 타려다 구두 한 짝을 떨어뜨렸다. 이미 기차는 출발했으니 한 짝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는 재빨리 신고 있던 나머지 한 짝을 벗어서 던졌다. 순간적인 행동에 다들 의아해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구두 한 짝은 신을 수가 없다. 내 한 짝을 주운 사람이라도 신을 수 있게 나머지 내 한 짝마저 벗어준 것이라고. 
나라면 어찌했을까. 아마도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라도 벗겨진 한 짝을 찾아내려 했을까. 아니면 그냥 한 짝이라도 더 뺏기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을까. 
‘구두 한 짝’을 쓴 시인 김정환도 이런 일화를 알았으리라. 찬 새벽 역전 광장에 홀로 남았으니/ 떠나온 것인지 도착한 것인지 분간이 없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벗겨진 구두는 홀로 걷지 못한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기구한 삶만 반짝인다.
세계 도처에서, 그리고 가까운 이곳 한인 커뮤니티에서마저 권력놀음에 대한 삐걱거리는 소식이 들려온다. 장(長) 자리를 놓고 수틀어진 사람들에다 매관 매직의 의혹들. 모두들 금신발을 차지하려다 신고있던 한 짝 신발들만 벗겨진 모양새다. 그런데도 그들은 나머지 신발을 포기하지 않는다. 더 움켜쥔다. 
하긴 남을 보면 뭐하리. 나는 내 세월의 신발장이나 열어보자. 그리고 흠칫 놀란다. 나는 또 언제 이렇게 한 짝 신발들만 무수히 남겨놓고 있었던건지. 가장 큰 한 짝 신발이 황규관의 시로 남아있었다. 
나는 이렇게 늘 패배하며 산다/ 조금만 더 가면, 여기서 한발짝만 더 가면/ 금빛 들판에서/ 비뚤어진 허수아비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것마저 내게는 욕심이었다. 
<이준열 편집국장>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instargram으로 보내기
gamulchi 17-07-16 02:07
답변 삭제  
좋은 글 착잡하게 읽고 갑니다. 내공이 깊어갑니다.
    

[뉴스]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취업이민 닭공장
휴람
 
 
뉴스코리아  |  위플달라스  |  옐로우페이지 뉴스코리아 카카오스토리 뉴스코리아 인스타그램 핫딜뉴스코리아 뉴스코리아 e-paper 위플달라스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