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며 가는 공, 힘쓴 것에 비해 허약한 방향성
DATE 17-07-28 00:51
글쓴이 : 어드민      

늦은 나이에 막 골프를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골프 관련 말들이 귀에 들어온다. 한국 연예인의 말 “골프는 자식과 같다. 내 맘대로 안되는 일이어서”라는 소리에 같이 웃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다음 샷이다”는 말에 무릎을 쳤다. 실수한 것에 연연하지 말고 다음 샷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유명 사업인 중에도 골프 애호가가 많았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골프 예화가 있다. 수십년 골프광인 그가 유명 프로인 아놀드 파머를 초청했던 적이 있었다. 함께 라운딩했는데, 잘 못 쳤다. 화가 나 씩씩대고 있자, 파머가 조언을 건넸다. 영어로 ‘헤드업(Head Up)’이라고 한마디 써 준 것. 머리 들지 말라는 충고다. 골프치는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 것이다. 아무리 한국 경제계 최고봉이라 해도 골프 칠 때는 머리를 바짝 숙인 채로 쳤어야 했다. 
성공담을 연설하는 자리에서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도 말했다. 힘을 뺄수록 더 잘된다고. “스포츠에서든 건강 운동이든 힘줘서 하면 잘 안 된다. 야구든 골프든 힘을 뺄수록 더 잘된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너무 열심히 하려 든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죽도록 열심히 하라는 말만 듣고 또 말하며 살았다. 하지만 반대를 말할 때가 있다는 걸 알아야 했다. 유대인 경전 토라는 유대민족이 살면서 지켜야 할 율법 613개가 적혀있다. 그 가운데 ‘하라’가 248개고 ‘하지 말라’가 365개다. 인간 몸 지체를 이용해 열심히 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또 하지 말아야할 규제 외에는 다 해도 된다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역설이다. 가장 엄할 것 같던 유대인 경전이 사실은 하지 말라는 것 빼고는 다 해도 된다는 말이었다.
긴장하고 죽을 힘을 다하는 사람치고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은 이는 없다. 문제는 자신의 욕망이나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 누구보다 더 크게 무너지는데 있다. 이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일수록 더 심하다. 그들에게 마음의 불인 심화(心火)가 있다. 마음의 불을 끄지 못하고 자신을 태워버리는 그 안달과 닦달의 지옥불이란. 
그래서 한 학자가 마음 다스리는 법에서 “많은 말이 필요 없다. 붙든다는 ‘조(操)’ 한 글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란 붙잡지 않으면 달아나고 달아나지 않으면 붙잡게 되니, 단지 붙잡느냐 놓아두느냐에 달렸다는 말이다. 
무슨 이유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아마도 최근 한국이나 미국에서 창업자들이 줄줄이 ‘망’하는 이야기를 들어서였을 것이다. 창업하기 위해 그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정진했을 터. 그러나 끝은 어떤가. 한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은 여직원 성추행 논란으로 사임했고 피자 회장은 가맹점 갑질 논란 끝에 물러났다. 또 커피 프랜차이즈 사장은 사업 실패와 파산으로 자살의 길을 택했다. 미국에서도 우버 창업자가 사내 성추행 은폐 및 기밀 도용 등의 추문으로 사퇴한 일이 있다. 
프랜차이즈란 말은 원래 옛 프랑스어 ‘자유’에서 나왔다고 한다. 창업주도 가맹점도 자유를 공유하면서 나눠갖자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서로 압박하고 분쟁하는 쪽으로 역행했다. 자유를 구가하려던 사업이 서로에게 올가미가 돼 목을 매고 말았다. 
한국 정치는 어떠한가. 뭔가 급해 보인다. 무조건 달려야 하는 것처럼 수많은 주문이 쇄도하고, 그에 따라 급속하게 정책이 결정되고 밀어부치기식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장 받는 자리에서 한시를 읊어 대통령의 난감함을 대변했을까.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를 기다리는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 
요구는 너무 많은데 그걸 다 들어주려니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겠냐는 위로였을 터. 정치 현장과 안 어울릴 것 같은 시가 이래서 가끔은 필요한 모양이다. 숨 한번 고르고, 힘 빼고 자유롭게 가라는 쉼터같은.
율곡 이이의 말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학문이 일상생활에 있는 줄도 모르고 허황되게 뜻을 높고 멀리하여 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긴다.” 생활과 주변에서 보고 배우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치든, 경제든 잔뜩 힘만 들어간 초보 골퍼에게서도 배울 게 있으리라. 가령, 그들은 목표에 대해서도 ‘확증편향(確證偏向)’이다. 방향이 틀렸는데도 맞다고 믿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심리다. 당연히 목표를 벗어나 공은 춤춘다. 
한편 고맙다. 내가 나에게서 이렇게 배울 게 많으니.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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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ulchi 17-07-28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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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찬찬 음미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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