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레토릭, 데자뷰일뿐 현실은 아니어야 한다
DATE 17-08-10 23:53
글쓴이 : 어드민      

진짜 위기일까. 정말 전쟁이 일어날까. 한반도에서 ‘불바다’가 현실에서, 아니 우리 살아 생전에 발생할 수 있을까.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트루먼 전 대통령의 경고 발언이 새삼 회자된다. “일본이 항복하지 않으면 지구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로 공중에서 파괴의 비가 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게 “계속 미국을 위협한다면 세계에서 여태 보지 못하던 화염과 분노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한 말과 유사하다고 난리다.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처럼 북한에도 미국이 핵폭탄을 쏘는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데자뷰’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런 소식에도 ‘심드렁하다’고 LA 타임지가 보도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강경한 발언에도 한국인들은 미동도 않는 것 같다는 보도다. 한 대학생을 인터뷰했더니 “내가 죽기 전에 전쟁이 일어날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 시민은 “전쟁은 일어날 수가 없다”고 단언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북한의 위협 소리를 들었지만 언제 전쟁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김정은이든, 트럼프든 기에 밀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려고 말의 설득 기교인 ‘레토릭’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로서는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상상을 하기 어렵다. ‘설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사실 설마가 맞아야 한다. 전쟁은 파멸의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미국이 그렇다. 반전운동가인 노암 촘스키가 지적한 바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오래 전에 이미 미국은 역사상 세계 최대의 경제 강대국이었으나 세계를 지배하는 강대국은 아니었다. 전쟁이 상황을 바꿨다. 경쟁하던 강대국들은 파괴되거나 악화된 반면 미국은 거대 국력을 키웠다. 산업생산은 4배로 증가했다. 경제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보장 측면에서도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정부나 국민들은 김정은 축출에 대해, 전쟁에 대해 ‘말뿐일 것이다’는 생각을 하는 반면 오히려 미국인 중에는 강경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 트럼프의 신앙적 조언자 중 하나인 달라스 대형 미국교회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가 그렇다. 그는 “김정은 축출의 권한을 하나님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줬다”고 설파한다. 성경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악의 축을 제거하는 게 바로 미국 정부와 대통령의 일이고, 그 권세를 하나님이 직접 부여했으니 그 사명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설교했다. 
그는 최근 대서특필된 사진, 백악관 방문 목회자들의 트럼프 안수 기도 장면에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진도 데자뷰가 있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선포하기 직전인 2003년 2월 미 언론에는 경건하게 기도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파월, 럼스펠트 등 각료 사진이 크게 실렸던 적이 있다. 
물론 설교자의 말이나 목사 기도로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를 미국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과 관련해 항시 인용되는 존 스토신저의 ‘전쟁의 탄생: 누가 국가를 전쟁으로 이끄는가’의 말을 되새겨볼만하다. 정치나 경제적 요인들이 전쟁 징후를 몰고 올 수는 있어도 전쟁 수행의 결정을 직접 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지도자들이 전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그 순간의 요인에 주목하라는 충고.
북한처럼 지도자에 대한 우상적, 절대주의적 국가는 전쟁의 위험성이 더 내재한다. 한 때 프랑스가 그랬다. 국왕이 ‘신성한 존재’라는 절대주의 왕정을 세웠던 프랑스는 그 ‘신성한’ 권력으로 선택한 게 전쟁이었다. 루이 14세가 “전쟁은 군주가 할 수 있는 최고 영광”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외부의 적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만큼 내부 불만을 효율적으로 잠재우는 수단이 없다. 절대적 권력자가 재정파탄과 왕조 몰락으로 끝이 날 수도 있는 위험한 전쟁인데도 그걸 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전쟁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일본에 원자폭탄을 쏘게 한 트루먼 대통령도 신앙이 깊었다. “나는 신이 우리 미국인들을 만들었으며, 어떤 위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에게 이처럼 힘을 줬다는 느낌이 든다”고 믿었다. 신념도 있었다. 미국이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는 까닭은 신이 보기에 합당한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김정은은 세계가 인정하는 고집불통 ‘악당’이다. 트럼프도 한 성격하는 ‘악동’으로 알려져 있다. 두 악당과 악동의 임기 동안이라면 전쟁이 못 피해갈 지도 모른다. 이건 그저 내 데자뷰다. 내 레토릭일뿐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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