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바위, 자연재해 앞에 놓인 인간의 업보
DATE 17-09-01 00:26
글쓴이 : 어드민      

1년에 내릴 강우량을 한번에 몽땅 쏟아내 휴스턴 지역을 물에 잠기게 만든 태풍 하비는 소리없이 잔인했다. 사망자 수십명에 재해민은 수십만명에 이른다. 허리케인이 온다고 며칠 전부터 경고했지만, 막상 닫친 태풍과 폭우에 피할 새도 없이 당하고 보니 늘 하는 생각, 자연 앞에 작아지는 인간이 되고 만다. 
재해라는 이름으로 투정을 부리는 자연 앞에 서면 첨단 과학 기술 시대의 인류도 속수무책, 망연자실일 경우가 많다. 아직도 우리는 지진이든, 토네이도든, 허리케인이나 쓰나미든 자연의 불청객을 물리칠 방안을 딱히 갖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와중에 ‘업보’ 타령이 나왔다. 플로리다의 한 대학 교수가 허리케인 하비는 텍산들이 공화당을 찍어줬기 때문에 자업자득으로 얻게 된 업보라는 난해하면서도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결국 대학에서 짤리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덥지 않은 공화당 일색 텍산 정치인에 대한 반감에서 한 말이겠지만, 그걸 하비와 연관시키는 것은 엄청난 오버다. 
모든 재해와 불행에 대한 원인을 찾는 버릇은 오히려 인간이 지고갈 업보다. 원인을 찾는 건 결국 그 불행에 대해 비난할 대상을 찾는 또 다른 영겁의 행태로 이어지기 마련. 닥친 재난에 대해 해결과 극복의 자세를 취하는 대신 누구 잘못이냐며 원인부터 찾겠다는 이들은 그 굴레에서 못 벗어난다는 말이다.  
진짜 따져보자. 자연 재해가 누구의 잘못인지. 성경에도 그런 예화가 나온다. 열여덟명의 사람들이 실로암에 무심코 서 있다가 망대가 무너져 치여 죽은 사건에 대해 예수가 묻는다. “그들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고. 어떤 이들의 불행으로 그 사람의 의로움 여부를 결정하지 말라는 말, 즉 원인이 그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우연과 필연’의 학자 자크 모노는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으며,동일한 원인은 동일한 결과를 이끈다”고 말한다. 또 이런 필연성의 기저에는 신, 인간, 자연이라는 관계가 가정돼 있다. 그래서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우연과 필연의 열매다”라는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투스의 말을 인용한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결국 “나는 시지프스를 산록에 남겨두고 떠나련다. 인간은 자기의 무거운 짐을 또다시 지게 될 것이다”였다. 자연적 불행의 이유를 인간에게서 찾는 작업은 결국 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리면 또 떨어지고, 밀어올리면 또 떨어지는 그 짓을 평생 하는 시지프스와 다를 바 뭐 있겠느냐는 말이다. 
인간이 악한 건 자연재해의 원인이기 전에 재난 발생 후의 적나라한 모습 때문이다. 하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성금 모금이 각계에서 즉각 이뤄지고 있다. 이는 아름다운 인류애의 발현이다. 그런데 미 언론은 이럴 때일수록 ‘가짜 성금 모금 단체’도 유의하라고 경고한다. 자연 재난 후 기금 모금에서 항상 논란이 있었다.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모금 단체가 유령인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해당 단체에 대해 그간의 성금 모금 역사를 잘 알아보라고 경고한다. 최소한 그 분야에서 신뢰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돈을 내라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인간의 밑바닥 모습은 재난 당한 지역에서의 약탈이다. 이미 특수요원을 사칭하면서 홍수에 초토화된 주택이나 매장 등에 쳐들어가 약탈해가는 행태가 있다고 주의하라는 기사가 나왔다. 남의 재난에 또 다른 ‘눈 따가운’ 잿가루를 뿌리는 모습, 이게 인간의 진면목이고, 업보일 것이다.  
침몰하는 배에서 남의 돈을 가로챈다는 취로적낭(就艫摘囊)이란 말이 있다. 갑작스런 회오리바람에 배가 뒤집혔다. 뱃전에 서 있던 사람이 물에 빠지자 뱃고물에 앉아 있던 자가 잽싸게 달려가 물에 빠진 사람의 돈주머니를 낚아챘다. 사람을 구하는 대신 돈주머니를 챙기는 파렴치한, 그러나 그도 물에 휩쓸려 빠져 죽고만다. 다산 정약용이 한탄했다. “이 세상은 물 새는 배다. 천하에 뱃전으로 달려가 돈주머니를 낚아채지 않을 사람이 드물다”고.
한국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 텍사스가 물난리인데 거긴 괜찮냐고. 여긴 괜찮았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몇시간 차이 거리에서는 지옥을 방불케 하는 현장인데, 여기는 고요했다. 이제야 ‘나비 효과’처럼 개솔린 가격이나 성금 모금 등으로 실감할 뿐. 그저 조용미 시인의 ‘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를 조용히 반추했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나의 내면이 고요할 때/ 바람은 어디에 있었나/ 바람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머리칼에 바람이 갈가리 찢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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