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점 탈출, 우뇌와 자뇌 다 깨워 살아보자
DATE 17-09-29 02:09
글쓴이 : 어드민      

트럼프 대통령이 미 프로풋볼(NFL) 선수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무릎 꿇는 선수는 해고시키고 팬들도 외면해야 한다고. 애국심이 없는 운동선수를 비난한 것처럼 보인다. 선수들과 구단들은 대대적으로 반발하면서 트럼프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오히려 이런 반발을 즐기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현재 그가 겪고 있는 정치적 난항들이 전면에 기사화되지 못하게 팬들이 많은 NFL과 애국심 문제를 엮어서 물타기를 한 것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에서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면 갑자기 연예인 결혼이나 이혼, 마약 복용 등의 사건이 터져 중요한 기사를 뭉개버리는 식이다. 
이런 기사의 경우 언론인으로서는 매우 허망하다. 결국 누군가에 의해 기사를 이용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기 싫어도 먹고살려고 남을 위해 억지 기사를 쓰는 것도 충분히 힘든데, 이번처럼 목적을 가진 이에 의해 기사를 도배하거나 탑기사로 써야 하는 경우, 하면서도 재미는 없을 터. 
한국의 언론 관련 드라마 대사가 그 현실을 말해준다. “너 하나 이런다고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 같아?” 진실이니 사명감이니 그 모든 원대한 언론인의 포부도 어차피 권력 시스템과 사업적 관계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는 자괴감의 목소리다. 
진은영이란 시인이 토로한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쓴다지만/ 우리에게/ 아무도 총을 겨누지 않는다”고. 기자 같은 글쟁이들의 무력함을 꼬집은 것이리라. 뭘 쓰든 관심도,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그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내내 기다리다/ 결국/ 서로 쏘았다”고 시인은 자조한다. 오죽하면 펜을 굴려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겠느냐는. 
이 일에 오래 종사하면서,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안해진다.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옳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모두가 테레사 수녀가 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삶에는 나름의 소명이 있다”고 썼다는데, 나는 내 소명을 이뤄가고 있는 것인지. 또 다른 신부도 내 불안을 덜어주는 말을 했다. 성경에 ‘두려워 말라’는 말이 365번 나오는데, 이는 우연이긴 하지만 불안에 떠는 우리를 신이 최소 하루 한번은 위로해 줄 것이라는 메시지 아니냐고.  
이제는 매일 위로 받아야 안심되는 인생 후반기에서 또 떠오르는 자책감이 있다. 왜 나는 자꾸 바보짓을 하는거지라는. 왜 자꾸 버벅대고, 실수하고, 간과하고, 깨닫지 못하며, 퇴행하는지. 왜 자꾸 뒤쳐지고 고독해지며 허전해져 가는지. 심리학 교수인 매들린 반 헤케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반복되는 맹점’을 지적했다. 자동차 사이드미러 블라인드 스팟처럼 각자 인생에서 매번 보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반복되면서 늙을수록 더 커지는 그 맹점들.
이러다 치매처럼 모든 걸 잊는 때가 오는 건 아닐런지. 신경과학자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가 ‘그래선 안된다’고 나섰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한 그녀는 성인이 된 후에도 뇌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뇌 적응성’ 증거를 제시했다. 용불용설처럼 뇌도 쓰지 않으면 잃게 되고, 반면 쓰면 쓸수록 나이와 상관없이 향상된다는 주장이다. 뇌를 위해 나이들수록 더  운동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라는 것이다. 
당장 편리하긴 하지만 반복적이면서 표준화된 삶은 뇌의 퇴행을 불러온다는 말에 드는 생각, 그래서, 글만 쓰는 문인들의 수명이 그토록 짧았던 것일까. 
아인슈타인에 대한 흥미로운 발견이 또 있다. 우뇌와 좌뇌의 연결 부분 용량이 남다르게 컸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인 그가 물리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곧장 바이올린을 연주하러 갔고, 그러다가 ‘아, 알았다’며 다시 책상으로 달려갔다는 일화가 있다. 
이는 논어의 군자불기(君子不器)와도 일맥상통이다. 진리를 구하는 사람이라면 갇혀있는 그릇처럼 편견에 치우치면  안된다는 말이지만, 인간이 하나의 쓰임새로만 고착돼서도 안된다는 뜻이다. 사람이 한 팔만 쓰고, 한쪽 뇌만 사용하면서 산다면 억울한 일 아닌가. 짦은 인생이지만 주어진 수명, 주어진 신체와 뇌를 제대로 다 써보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마침 이번 주말에 좋은 연주회가 있다. 신문사가 클래식 연주회를, 그것도 젊은 유망주들을 매년 초청하는 일에 함께 해서 영아티스트 리사이틀을 7년째 하고 있다. 올해는 김유빈 플루티스트가 왔다. 갓 20세 청년이 플룻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자랑스런 후손이다. 수십년 나이 차이나는 글쟁이인 나도 여기 가서 내 ‘좌뇌’를 깨우는데 도움이나 받아볼 요량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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