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살인자, 어떤 무기를 들고 숨어 있는거냐
DATE 17-10-06 06:28
글쓴이 : 어드민      

이거 불꽃놀이 아니에요? 한 여성이 영상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급한 경찰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아니야. 이건 총소리야. 지금 우리를 향해 쏘고 있다. 엎드려라!” 콘서트장 소음 때문인지 영화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자동화기 총소리는 콩굽는 것처럼 빨랐지만 단조로운 금속성의 연속음이었다. 그게 자동화기인 AR-15 총소리라고 즉각 알아챈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스베이거스에서 그 소리가 1분에 무려 120번, 1초에 두번꼴로 울렸다. 그렇게 난사된 총알이 못해도 천발이다. 58명이 사망하고 600명 가깝게 부상 당했으니 그걸 따져보면 그렇다. 자동화기를 사용한 총격 난사도 미국에서 처음이지만, 사망자 수도 가장 많은 총기 사건이다. 믿기지 않아서일까. 영상에서 계속 울리는 ‘따다다다’ 소리가 현실성없이 들린다. 나도 물을뻔 했다. 이거 폭죽소리 아니냐고. 
반복되는 총기 사건 때마다 등장하는 게 ‘미국의 총기규제’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후 그 이야기는 지금 하지 말자고 못박았다. 그럴만 하다. 대선 주자가 됐을 때 쓴 그의 책 ‘불구가 된 미국’을 보면 답 나온다. “우리는 총기를 보유해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 널리 알려진 범죄를 범인이 아니라 총과 연계하는 언론의 보도는 멍청하고 불필요하다.” 
그는 ‘총이 범죄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자신있게 썼다. “대량 살상 사건에는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사전에 위험한 징후들이 나타났지만 무시됐다는 것이다. 미래의 살인자들이 드러내는 위험신호를 무시했다.”
하지만 이번 총격 범인도 그런 징후를 보였던가. 아직 뚜렷한 동기도 밝혀지지 않았고, 그의 식구나 주변인들조차 어떤 징후도 간파하지 못했다. 우울증이나 마약중독, 정신병 증세도 확실치 않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징후가 한가지 있었다. 그건 바로 그가 총을 ‘이상하리만치’ 많이 구입하고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자동화기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는 점, 그건 단순히 자기 방어나 스포츠용으로 필요해서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 학살이나 전쟁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면 고성능 화력을 왜 필요로 했을까. 
트럼프는 깉은 책에서 이런 비난을 하기도 했다. “유세장에서는 거창한 말만 늘어놓다가 막상 자리에 오르면 형편없는 패자처럼 행동하는 정치인들, 고객을 대신해 우리 돈을 훔쳐가는 로비스트와 이익단체들”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가 그러고 있지 않은가. 미총기협회 후원금을 독식하는 공화당과 본인이 그 로비스트에게 패자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어차피 총기규제 논란은 잠깐 제기되다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항상 그랬듯이.
이런 미국사회에서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새삼 두렵다. 총을 사면 안심이 될까. 그러나 이번처럼 상대가 자동화기를 사용한다면 그에 대응할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면 결과는 똑같다. 그럼 무기 싸움이 되고 마는 것 아닌가. 현재 세계가 최상위 무기인 핵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로 패권의 향방이 좌우되는 것처럼. 북한이 그토록 몽니를 부리는데 있어서 핵을 포기하지 않고 최대 배수진으로 삼는 것처럼 누가 더 센 무기를 갖느냐는. 
무서운 게 또 있다. 익숙해지면서 무뎌지는 것이다. 반복되는 총기 사건에 익숙해져 그 참상이, 그 피해의 질감이 점차 약하게 느껴지는 이 현상 말이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증오의 세기’에서 쓴 것처럼, 인류 역사상 너무 많은 곳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게 서로를 죽인다는 사실에 점차 무감각해져 최초의 놀라움이 퇴색된다고. 아우슈비츠에서도 처음 사람 죽일 때 토하고 난리치던 나치 병사도 너무 많이 죽이다보니 익숙해져 나중에는 낄낄대며 농담하고 음악 들으며 사람을 죽이게 되더라는 말.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보존하려는 본능과 함께 죽이고 파괴하는 공격적인 성향도 영원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학살 본능은 충분히 자연스런 현상이기에 생물학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걸 막으면 뭐하냐고 반문했다. 대량 학살자는 얼마든지 나올 것이고, 지금 내 주변에서 고성능 무기를 준비하며 도사리고 있다는 예고와 다를 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악 그 자체(pure evil)’라고 규정하며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어디다 대고 하는 말일까. 자살한 살인범, 아니면 총기규제 주창자들? 악을 허용하는 신에 대한 주먹다짐? 혹, 누가 될지 모르는, 숨어있는 ‘미래의 살인자’에 대해 공포탄을 날린 거라면 참 허약한 무기 사용 아닌가.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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