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와 어금니 아빠, 우리가 품어준 것이 독사였다면
DATE 17-10-13 01:26
글쓴이 : 어드민      

내 고향과 관련된 뉴스여서 관심이 갔다. 전주에서 장애인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한국의 ‘마더 테레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미모’의 미혼모 여목사에 대해서였다. 버려진 입양아들을 키우고 20년 넘게 장애우를 돌보며 봉사 활동을 벌여왔다고, 그녀 이야기가 ‘미담’으로, ‘천사’로 소개되고 있었다. 미디어와 네티즌, 독지가들 응원과 환호가 쇄도했다. 
그런 그녀에 대해 시사방송에서 숨겨진 이중성의 얼굴을 까발리는 방송을 했다. 실상은 급조된 입양아와 장애인 복지를 전면에 내세워 사리사욕을 채우는 중이었고, 후원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관계 및 협박성 돈 받아내기 등의 사례가 줄줄이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봐도 앞뒤가 안맞는 그 여목사의 행보를 왜 그전에 눈치채지 못하고 무조건 환호했던 것일까. 
언론의 힘이 컸다. 너도 나도 나서서 기사화하려는 경쟁심으로 그녀를 마구 뜨게 해줬던 것이다. 이중성이 방송된 지금도 그 목사에 대해 검색하면 천사로 포장돼 나갔던 기사들이 더 많이 뜬다. 
최근 한국사회를 허탈하게 만드는 ‘어금니 아빠’ 사건은 어떤가. 희소 난치병인 거대백악종을 앓는 딸의 친구를 집에 데려다 성추행한 뒤 살해해 시신을 버린 그 아빠 이야기다. 시아버지에게 성추행 당하다 자살했다는 아내에게도 성매매를 시켰다고 한다. 
그런 그가 몇년전에는 수많은 방송과 신문의 미담 스토리 주인공이었다. 일그러진 얼굴의 딸을 자상하게 보살피며 눈물을 보이는, 세상 천사와 같은 아빠로 그려졌다. 그에 대해서도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은 수술비 마련까지 해주며 격려를 보냈다. 그러나 그가 거의 양아치로, 변태 성도착자로, 사이코패스로 위장된 삶을 살고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은 처음 그를 소개한 미담의 천사 아빠와 테레사로 남기를 바란 것이다. 자신이 포장해준 인물에 대해 다시 그 허구성을 까발려 진실을 전하려는 노력을 하는 언론이, 미디어가 얼마나 있을까. 
“미디어는 메시지다”는 문화평론가 마샬 맥루한의 말은 맞다. 미디어는 이미지 구현의 최전선 역할자다. 문제는 그 이미지와 메시지가 틀렸는지,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점검과 검토 기간을 제대로 거치느냐다. 한 약품 광고에 대해 “사람들은 그에게서 약효를 산 것이 아니라 광고를 샀다”는 말처럼, 진실을 먹인 게 아니라 가짜 이미지를 먹이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를 역설로 지적한 글이 있었다. “부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고발이 대중의 분노에 불붙이고 애꿎은 피해자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자극적인 먹잇감만 생기면 집단최면 걸린 듯 달려들어 몽둥이질을 해대는 것이 사이버 세상의 병리현상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발달로 이제 누구나 다 자기 매체를 갖게 된 시대다.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글 하나가 누군가를 죽이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언론의 ‘동곽선생’ 사태를 지적한 것이다. 전래동화의 내용처럼, 추위에 꽁꽁 언 독사를 가엾이 여겨 가슴에 품고 녹여주려던 한 농부가 결국 그 뱀에 물려 죽는다는 이야기다. 그게 독사인지 모르고 품었든, 알고도 품었든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함이 두렵다. 그러나 미디어의 ‘독사품기’는 자신들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그걸 본 수많은 팔로어들이 ‘애먼’ 짓을 하게 만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생각해볼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철원 사격훈련장 유탄으로 사망한 이 상병의 아버지가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알게 되면 그 병사를 원망하게 될 것 같고, 그럼 그가 평생 자책 속에 살아갈까봐서다. “그도 나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의 자식 아니나”며. 
기사 먹잇감이라고 생각되면 앞다퉈 기사화하고 화젯거리 만들기에만 여념없는 ‘특종지상주의’ 행태를 반성케 해준다. 이제라도 류성룡의 충고를 들어야 한다. “앞 수레가 부서진 줄 알면서도 바퀴를 고칠 줄 모른다면 결국 전체를 뒤집히고 부서지게 만들게 한다”는. 틀렸으면 과감하게 고치고 새 출발하라는. 
마침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한인언론인협회 심포지움 참석 차 도미 30여년만에 모국을 첫 방문한다. 홀모가 계신 고향도 30년만에 하루 들른다 했더니 여기서 신문일 하면서 알게된 지인분들이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신다. 고맙고, 또 그만큼 내 하는 일이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래도 명목상 기자대회니만큼 이번 모국 방문은 올바른 언론인 자세를 반추하는 기회로 삼아보련다. 그리고 고향에 가면 그 ‘테레사’의 장애인복지센터라는 곳도 한번 지나쳐볼 생각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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