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노동, 버리고 하늘 보면 답이 있으려나
DATE 17-10-27 00:42
글쓴이 : 어드민      

보행자가 적은 텍사스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모두 스마트폰에 열중해 있는 모습, 한국이라면 도로나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하와이 호놀룰루를 여행하는 경우 조심해야 한다. 최근 호놀룰루 시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걸 금지시켰다. 적발되면 벌금을 문다. 이 법안 이름도 ‘산만한 보행법’으로 정했다. 걸을 때는 걷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땅을 향하고 걷다가 인간끼리, 또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적지 않아서일 것이다. 
텍사스도 9월부터 적용된 운전 중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금지법이 발효 중이다. 운전 중 폰 때문에 산만해지는 일로 큰 사고가 몇번 나고난 뒤 입법화된 법이다. 한인들이 한순간도 포기하지 못하는 ‘카톡’도 운전 중에 하면 안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룹으로 묶어놓은 카톡 단체방의 문자는 한밤중이든, 운전 중이든 시간을 가리지 않고 뜨기 때문이다. 공해 수준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런 ‘톡’이 없으면 심심해지고, 불안해지고, 안절부절 못하는 현상, 이는 가히 중독에 가깝다. 
이는 또 다른 노동과도 연결된다. 스베냐 플라스필러가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에서 심리를 지적했다. 핸드폰을 옆에 끼고 사는 이들은 “하루 종일 연락이 끊어질까 봐 전전긍긍이며 언제나 대기 상태”라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 일과 연결되어 있다는,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분을 위해, 혹은 중요한 순간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항상 온라인 상태다. 누군가 나에게 뭔가를 원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때 연락이 안 되면 어떻게 하냐는 마음이다.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고 느껴야만 안심되는 현대인의 자화상, 이 때문에 이제 인류의 미래는 스마트폰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단언하는 시대가 왔다. 이제 종이 서적도, 지면 신문도, 우편도 사라질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말해왔다. 오직 폰으로 보고, 연락하고, 소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정말 그럴까. 내가 태어날 때는 없던 영상 방송이 초등학교 때 시작됐다. ‘온라인’은 내가 대학 졸업 후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내가 취직할 때쯤에 모바일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마 은퇴할 즈음에 인공지능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이런 모든 변화가 내 반편생에 다 이뤄졌다. 그것도 실현되기 전에는 쉽게 예감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제 남은 생애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언젠가 전도서를 읽다가 큰 혼돈에 빠졌다. “해 아래 새 것은 없다”는 유명한 구절이 새롭게 와닿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라, 여기 새로운 것이 있구나 하더라도 믿지 마라, 그런 일은 우리가 나기 오래 전에 이미 있었던 일이다”는 앞뒤 구절들이 예사롭지 않아서였다. 설마 지금 겪는 새로운 첨단 현상이 이전에도 있었던 것이라고? 그 원시시대에? 새로운 게 아니라고? 고민만 하나 늘었다. 
인간이 나이 들면서 자꾸 뭔가를 까먹는 건망증, 그런데 그게 더 좋은 때도 있다는 말이 있다. 건망증 있는 사람이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에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웬만한 불필요한 정보는 없어진 상태에서 뇌가 단순화돼 있어 올바르고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럴 듯 하다. 홍수와 같은 정보, 가시덤불처럼 난마된 생각들로 피곤해진 인간에게는 건망증이 필요하긴 하다. 편집증처럼 무조건 담아두기만 하다 체증을 겪는다. 생각을 간결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시인 천양희가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고 썼다. “생각한다는 건 생을 깨닫는다는 것”이라고.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생은 오리무중이고, 생각이 깊을수록 생은 첩첩산중”이라고 고백했다. “생각대로 쉬운 일은 세상에 없거니와 생각을 버려야 살 것 같은 날도 있다”는 것인데, 그런데 “그런 날일수록 생각이 생각을 놓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생각 때문에 밤 새우고 생각 때문에 날이 밝는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생각이 많다고 해답을 얻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생각 때문에 병이 든다. 생각으로 머리카락 한 올도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계속 생각만 한다. 이럴 때 호놀룰루처럼 금지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그만하라고 적발해주는 ‘산만한 생각법’ 같은. 
땅만 보며, 폰만 보며 잡다한 정보만 의존해 걷기보다는, 한번쯤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다가 ‘선물’처럼 ‘쨍’한 울림을 듣는 축복도 누려봤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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