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출이들 부상, 행복한 관계 향한 처세술의 미학
DATE 17-11-03 00:22
글쓴이 : 어드민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냈던 인물이 최근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정황을 진술했다. 당시 권력의 실세였던 일명 ‘문고리 3인방’ 모두 뇌물수수라는 중범죄 혐의를 받게 되자 박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지 본인들에게는 대가성도 없고 직무 관련성도 없다고 주장한다. 
“권세는 무상한지라 어진 이는 믿지 않는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물론 이해는 간다. 궁하필위(窮下必危)라는 말 때문이다. 말 잘 부리는 사람에 대해 오히려 그 말을 잃게 될 것이라는 충고다. 이유는 말 모는 이의 모습에 있었다. 고삐를 잡으면 재갈 물려 말을 똑바로 해서 달리게 재촉했는데, 험난하고 먼 데까지 달리느라 말의 힘이 빠졌는데도 그치지 않고 요구하는 걸 보고 말이 달아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아랫사람을 궁하게 하면서 위태롭지 않은 윗사람은 없었다는 고사다. 
한국 정계와 재계 리더들로 ‘덕출이’들이 뜨고 있다는 기사도 있다. 덕수상고 출신들을 부르는 말로, 성실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 주경야독해야 했던 흙수저들의 성공신화 주인공들이다. 새 정부에서 더 두드러지게 이들이 뜨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경제부총리, 신임 대법관 등의 자리에 덕출이들이 오르며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맹자가 말했다. 예상치 못한 칭찬이 있고, 온전하려다 오히려 비방받은 경우가 있다고. 덕출이들처럼 뜻밖에 인정받고 정상에 오르는 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무리 그럴싸하게 꾸며도 나쁜 짓은 반드시 들통나게 돼 비방받게 된다는 뜻이다. 진실과 성실은 언젠가 세상이 알아주리라는 말 아닌가.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있었다. 구직사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처세술이 필요하다고 대부분이 답했다. 이유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였다. 업무 능력만으로 인정받는데 한계가 있고 처세술이 뒤따라야 칭찬이든 인정이든 승진이든 주어진다는 답변이다. 또 ‘처세왕’ 동료 때문에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과반수였다. 이런 처세왕이 잘하는 건 ‘리액션’이고 ‘줄타기’였다. 결국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삶에서 매우 중요하단 이야기다. 
유사한 결과가 미국에서도 나왔다. 하버드 대학의 오랜 연구 결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 육체적, 정신적 건강 증진은 물론 뇌 능력까지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 졸업생 엘리트 그룹과 보스턴 거주 빈민가 출신 그룹의 평생을 비교연구했는데, 그들 모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관계였다. 가족, 친구 그리고 공동체와 많은 접촉면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나타났고,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장수했다. 또 좋은 인간관계가 기억력까지 증진시켰다. 어떻게 태어나고 또 어떻게 성장했든, 관계에서 성공하면 행복해진다는 결론이다. 
플라톤의 행복론과도 연관된다. 행복해지려면 재물은 조금 부족하게 가져야 한다고 했다. 사치와 방탕이 안 생기기 때문이다. 외모도 좀 부족하게 생겨야 한다고 했는데, 이유는 잘 알 것이다. 교만해지거나 남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아서 인간관계가 원만해지기 때문이다. 남과의 경쟁에서도 두번은 져주고 한번만 이기라든지, 말솜씨와 명예에서도 절반 정도에게만 환호 받을 수준을 유지하라는 충고다. 
이런 행복론이 지나치면 쇼펜하우어처럼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호락호락한 게 아니기 때문에 행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 적당히 포기하고 기대를 낮추고 사는 게 좋다”며 금욕적 의지를 강조하는 극단으로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가 진리가 아닌 건 아니다. 퇴계 이황이 “세상에서 행하는 바는 매번 남보다 한 걸음 물러서고, 남에게 조금 더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늘 왕 앞에 한번 칭찬을 얻고, 내일 재상의 처소에서 기림을 한 차례 얻고서, 이로 인해 스스로를 잃은 자가 많다”는 충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에서, 일에서, 관계에서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앞으로 갈 것인지, 설 것인지, 뒤로 빠질 것인지 망설인다. 그 중에는 서두르고, 잘남을 주체 못하고, 남에게 피해 줘도 자신은 이득 보려고 무조건 앞으로 질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참아라. 그 뒤를 천천히 따르다보면 언젠가 앞에서 지쳐 헐떡이며 드러누운 그들을 추월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위해 생산적 처세술을 과하지 않게 발휘하면서 걷다보면 말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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