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과 윈윈, 함께 가는 세상이냐고 길을 묻다
DATE 17-11-22 10:08
글쓴이 : 어드민      

한국에서 지진 때문에 대입 수능이 연기됐었다. 대학 입학 시험은 한국인들에게 ‘모든 가족이 그 때만을 위해 숨죽이며 준비해온 날’이기에 자연재해로 연기된 것이 어떤 심정을 유발했을지 상상된다. 준비 덜 된 학생들은 연기되길 바랐을까. 아니 아예 수능이 없어지길 바라는 헛 희망도 품었을 수 있다. 
우리 때에 당시 대학 입학 예비고사 며칠전 대통령이 총에 맞아 서거했다. 10.26사태였다. 영결식을 보면서 눈물 흘리던 순진한 고3 수험생들은 혹시 예비고사가 없어지나 기대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걸 바랐던 나도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했다. 재수 후 들어간 대학에 다음 정권을 잡은 대통령 딸이 같은 대학, 같은 계열에 입학했다는 것만 알았다. 
그 때문인지 우리 대학교의 파쇼타도 데모는 더 심해졌다. 대통령 아버지를 몰아내라는 데모가 온 교정에서 매일 터졌는데, 그걸 봐야하는 딸은 견딜 수 없었는지 1학년 초반에 유학을 갔다는 말도 들렸다. 
시험이니, 데모니, 그 때를 생각하면 ‘억압’이라는 말부터 떠오른다. 좋은 대학 입학 목표 하나로 얼마나 많은 시험의 굴레에서 허덕였던가. 지금도 가장 큰 악몽은 시험보다가 답이 생각 안나는 꿈이다. 
사실 그 악몽보다 더 큰 건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 부조리와 불확실성에 부딪혀 삶의 방향을 잃었던 때다. 걸어온 모든 길, 막연한 희망/ 어둠과 뒤섞인 타고난 희망/ 마음을 찢을 듯이 달콤한 현존/ 맑은 결, 꽃의 모습으로 이뤄진 날들/ 나의 짧은 실존과 연약한 산물 뒤에 무엇이 남는걸까? 파블로 네루다의 ‘마음 아픈 낮’이 그 때 그 모습이었다. 
한국의 대입 시험은 ‘제로섬 게임’의 전형적인 예다.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고, 너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다. 남이 잘 못해야 내가 잘되는 시험이기에 그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이기기 위해서만 공부한 셈이다. 달라스에서 인문학 강의를 한 윤석산 교수가 말한 것처럼 “배려나 화합, 공존, 상생에 대해 전혀 교육 받지 않았던” 시대였다. 
도쿄 대학 한인 최초 교수가 된 강상중 국제정치학자가 있다. 폐품 수집상이던 부모보다 일본 최고 대학을 나온 자신이 일자리 잡기가 어렵던 때를 회고하면서 그는 말한다. 젊은이들에게 자아실현의 헛된 꿈을 갖게 하지 말라고. 모두 한 목표를 향해 경쟁적으로 달리다 보니 이제 교육 수준도, 학력 차이도 없어졌다. 그러니 혼자서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잘 할 수도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높은 이상을 품으라는 것이냐는 자문이다. 
그는 차라리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타인을 도우며 즐거움을 느끼는 윈윈 관계를 찾으라는 것이다. 
승자 독식으로 불리는 제로섬 사태가 한국 정치판에 재현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우려된다. 정권을 잡기 전에는 대통합, 화해, 상생, 품어주기 등의 공약을 내걸지만 일단 칼을 쥐면 결국은 보복으로 흘러가는 현상이 반복된다. 역대 한국 정권의 역사는 “임기 동안에 해먹을 수 있는 거 다 해먹고 손볼 수 있는 놈 다 손본다”는 행태의 반복이었다는 지적이다. 과거 청산의 칼날을 현란하게 휘두르는 현 정권에 대한 우려가 기우일까. 이긴 자가 다 갖는다고 생각하지만 몇년 뒤면 그 이긴 자가 바뀔 수도 있으니, 또 다른 복수혈전이 염려되는 것이다. 
자로가 물었다. 진정한 강함은 어떤 것이냐고. 공자는 두가지 강함이 있다고 말한다. 관대함과 온유함으로 가르치며 무도한 자에게 보복하지 않는 것이 그 하나고, 창칼과 갑옷을 두른 채 죽어도 그만두지 않는 강함이 있다고. 전자가 군자의 강함이라고. 
타임지 최신호 국제판 표지는 ‘중국이 이겼다’는 제목으로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으로 정상 회담을 한 것을 보고 나온 결론이다. 만찬을 앞두고 시진핑이 미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의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 갖고 싶은 것을 갖게 된다”는 말을 인용했다고 한다. 무서운 전략이다.
지능지수도 중요하지만 감정지능이 성공하는 덕목에서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건 상대방 입장에 감정이입하는 능력이고, 공감과 감정조절의 역량을 말한다. 두 가지를 두루 갖춘 리더가 필요한 것이다.  
한 해가 저무는 시기, 매서운 삶의 체온 속에서도 감사와 축복을 기대하게 된다. 신경림 시인의 시구가 따뜻한 온기로 다가온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그게 상생과 배려, 공존의 첫 발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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