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분노, 절대권력의 욕심 제어할 최종병기
DATE 17-12-08 00:45
글쓴이 : 어드민      

그는 불사조인가. 트럼프 대통령 말이다. 곧 탄핵 당할 것 같던 그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미 하원에서 탄핵안을 표결한 결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됐다. “행실이 대단히 불량한 트럼프는 미 대통령에 걸맞지 않다”고 탄핵안을 제기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조차 이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으니, 이런 주장을 한 의원은 얼마나 민망할까. 또 탄핵 가능한 증거가 나오기까지는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엄중한 충고까지 받았으니 창피하기 짝이 없게 됐다.
자신감에 넘쳐서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해 세계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아랍권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중동 평화를 깨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국제법상으로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땅이라고 선언했으니 그 여파는 허리케인급이다. 
그의 이런 행보에 대한 이유 분석도 다양하다. 단순히 유대인 편을 들어주기 위한 제스처라는 것부터 자신의 지지자들 결속력을 이번 기회에 확인하려는 도발로 보는 시선도 있다. ‘평화가 여기에’라는 뜻의 예루살렘 관련 선언으로 ‘지옥의 문을 열었다’는 우려가 있지만, 철저히 계산해서 행동한다는 그가 생각없이 이런 선언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의 자신만만함을 보면 옛 선현의 “권세에는 흉함이 깃들어 있어 지혜로운 자는 뽐내지 않는다”는 말도 무색해진다. “미국 국민은 나치즘, 제국주의, 공산주의, 테러와의 싸움을 하면서 그들의 생명을 걸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왔다. 변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힘의 시대다.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늘 강력해야 한다”고 한국 방문 때 일갈했던 그의 강성이 이제 무조건 반감의 대상만도 아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완전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국민의 표로 뽑아진 정치인이 선거 후 무제한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일단 지지를 확보하려고 인기영합적 공약을 남발해 선출되면 우민정치나 포퓰리즘으로 흐를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뽑을 때까지는 많이 따지고 견제하던 국민들이라 해도 자기 손으로 뽑아놨으니 그 다음에는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무관심과 안일함 때문에 ‘합법적인 독재’가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당 태종이 통치자로서의 두가지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수의 분노는 거스르기가 어렵고, 절대권력을 휘두르려는 욕심은 이루기가 어렵다”고. 포용이 없으면 백성의 분노를 달랠 수 없고, 힘으로만 다스리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발생한 낚시배 사고 때문에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사과하고 묵념까지 한 것을 보면 이런 어려움이 읽혀진다. 전직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응으로 내내 돌팔매질을 맞다가 무너지는 걸 봤으니 ‘학습효과’로 분석된다.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해놔야 후환이 없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것이다. 다수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마이 웨이로 줄달음치는 트럼프와 비교된다고 할까. 
지난달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당시 발사대 주변에 있던 군인이 화염을 피하지 못해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당국은 이 장면이 문제가 되자 편집해 다시 내보내고 있다. 문제는 그 장면을 지켜보았을 북한 지도자라는 이가 미사일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크게 즐거워한 게 같이 방송에 나왔다는 것이다. 그에게 국민의 목숨은 미사일 발사 성공보다 못한 것이었던 셈이다. 
억압받고 지배받는 국민들의 가장 큰 실책은 자기들이 세운 지도자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실 독일도 히틀러에게 권력을 줄 때 그런 실수를 했다.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당시 독일 운명을 쥐고서도 지리멸렬했던 사람들이 그에게 권력을 거저 넘겼다는 말도 있다. 숨겨진 그의 악마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당장 필요했던 강력한 통치 때문에 내린 선택이었다는 것. 그래서 “나치 독재자에 대해 부정적인 유산도 있지만, 그런 사람을 선택할 때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다. 
“언론이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 해직된 PD였다가 최근 MBC 사장에 내정된 사람이 한 말이다. ‘해직자에서 사장으로’의 인생 대반전을 보여준 그는 ‘외압없는 보도 자율성’을 다짐했다. 반가운 소리다. MBC도 이제 볼만해지리라. 멀리서 응원을 보낸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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