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과 속옷, 널뛰는 재주 대신 숨겨진 덕이길
DATE 17-12-15 00:36
글쓴이 : 어드민      

미국 앨라배마 주는 전통적으로 ‘붉은색’이 대세다. 공화당 편이라는 뜻이다. ‘붉은색 중의 붉은색’이라는 소리를 듣는 골수 지역으로, 지난 대선 때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를 28% 차이로 누른 것도, 25년간 상원 의원을 공화당이 차지한 것도 너무 당연했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상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더그 존스 후보가 공화당 로이 무어를 막판 뒤집기로 따돌리며 당선된 것이다. 이는 여러 면에서 엄청난 의미를 내포하는 일이다. 무조건 공화당이 될 것으로 여겼던 지역에서의 반란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어 후보는 트럼프가 공공연하게 지지를 보냈던 후보다. 더우기 무어가 30대 시절에 14세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게 드러나 후보 하차를 요구받는데도 트럼프는 그를 지지한다고 말해 유권자들을 놀래켰다. 
결국 성폭행자인데도 상관없다고 지지를 표명한 트럼프도 덩달아 ‘패배자’가 됐다. 실제 공화당이 상원에서 1명을 잃게돼 이제 51명으로 민주당 49명에 박빙의 리드만 유지하게 됐다. 물론 공화당이나 트럼프는 ‘별 것 아니다’고 자위하겠지만, 이번 결과가 향후 미칠 ‘나비 효과’는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권력의 실패를 논할 때 정치학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오만’이라는 지적이 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오만에 대해 “성공을 거둔 소수가 그에 자만해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지적, 도덕적 균형을 상실하고 판단력을 잃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외피를 뚫고 나와 바깥의 소리와 평가를 냉정하게 듣기를 회피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경고다.  
신흠이라는 선현도 이를 지적했다. 손가락 하나로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보이지 않게 된다고. 멀리 태산은 가까운 손가락 ‘방해물’에 의해서 가려질 수 있다. 자고로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 옆에는 총애받고 아첨하며 눈을 가려 미혹케 하는 손가락 같은 인물이 있기 마련. 멀리 제대로 보려는 권력자의 움직임이 있을 것 같으면 잽싸게 헛된 말과 혀로 그 눈을 가리겠다고 훅 들어오는 손가락. 그 손가락을 휘잡아 단칼에 잘라버리지 않는 한 권력자는 가려진 채 어둠 속에서 집권하다 어느날 진창에 빠지게 된다. 
잘못된 ‘손가락질’의 폐해가 다른 면에서도 발생한다. 최근 미국을 뒤흔든 왕따 소년 영상이 있었다. 한 소년이 인종차별주의자들에 의해 왕따 당하는 자신의 처지와 그러지 말자는 호소를 눈물로 담았다. 당연히 격려과 위로, 그리고 기금까지 쏟아졌다. 
그런데 이 모든 건 아들을 인종주의 피해자로 코스프레해서 돈을 모으려는 소년 엄마의 거짓 영상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언론은 ‘소셜 네트워크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의 축소판’이라고 입을 모은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상을 SNS에서 대중에게 노출시켜 확산시킨 뒤 피해자를 돕자는 손길을 모으다가 결국 진실을 네티즌이 밝혀내면서 온정이 비난으로 돌아서는 일련의 현상이 고스란히 반복됐다는 것이다. SNS 댓글 ‘손가락질’의 시작과 끝인 셈이다. 한 언론은 반성한다. “일이 터진 뒤 수정하는 것보다 철저히 검증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 우리는 단지 조회수를 끌어모으는 데 끝나서는 안 된다.”
꼼수의 손가락질은 가짜 조회수나 자랑질을 통해 거짓 동정, 거짓 지지, 거짓 인기는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손가락질에 의해 틀통나게 돼 있다. 
오만이든 거짓이든 재주만 부리는 자들에게 딱 맞는 말이 있다. 논어의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다는 말, 거짓과 꼼수의 재주를 부리기보다 덕을 쌓으라는 말이다. 그러면 지지도, 응원도, 추종도, 인정도 저절로 따라온다. 
재주는 빨랫줄에 걸린 속옷과 같고 덕은 장롱 속에 넣어둔 속옷과 같다는 말을 한 선현이 있다. 미풍만 불어도 대낮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빨랫줄에 걸린 속옷을 상상해보자. 창피한 줄 모르고 너풀거려서 일단 사람들의 눈길은 끌 것이다. 허나 그게 속옷의 본질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의 추위를 막아주는 역할을 위해 장롱 속에서 기다리는 일, 비록 사람의 시선은 받지 못해도 ‘참’ 역할을 위해 준비되고 만족하겠다는 의지, 우리는 그런 속옷의 고마움을 안다. 
요즘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심지어 지역 한인사회에서조차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언론적으로 빨랫줄에 걸려 널뛰는 ‘재주꾼’들에 눈과 귀가 어지럽다. 자기만 옳고, 자기만 잘 낫고, 자기만 잘 돼야 한다고 아우성들이다. 마치 남에게 자신을 증명하는게 행복이라는 듯 설친다. 장롱 속에서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는 그들 모습이 안타깝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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