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겸, 한 해 가고 새해 오는 길목에서
DATE 17-12-29 00:39
글쓴이 : 어드민      

한국 스포츠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현장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에 막혀 진입을 못했다. 우왕좌왕하며 결국 우회해 들어가 화재를 진압했지만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사망자가 속출했다. 다들 애통해하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게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충격이다. 며칠 후 찍은 사진에 화재가 났던 곳에는 다시 불법 주차로 도로가 가득차 있었다. 사고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다시 입구를 막는 불법 주차를 버젓이 했을까. 도대체 얼마나 큰 인명 피해가 있어야 이런 무개념 이기주의 행동이 근절될까. 

미국에 살면서 원하든 원치않든 한가지는 몸에 뱄다. 안전 법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딱히 내가 윤리의식이 강해서가 아니다. 경찰의 제재에 순응하고, 주차나 속도 위반 등의 안전 법규는 무조건 따르는 사회에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장애자 주차 구역처럼 소방차 진입 구역은 평소 비어있어 아까운 것 같아도 절대 함부로 주차하지 않는다는 의식 말이다. 언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를 위해, 아니면 영영 발생할 일이 없어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공간인데도 그걸 존중한다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일이 발생한 뒤 해결책을 내놔라 주장하고 사과하고 또 온정의 손길을 베푸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평상시 이에 대비한 철저한 준법정신, 배려하는 마음, 존중하는 습관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말은 이런 도덕성에서 앞서 있을 때 써야 한다. 시민정신이 단순히 혁명이나 촛불처럼 사나운 불길로만 구현되는 게 아니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작은 행동에서 먼저 시작돼야 한다. 운동권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또 인용한다. “내게 분명히 존재하는 도덕적 부실함과 흠결이 정의에 대한 옹호나 지지의 표현으로 가려질 수 있음을 늘 경계한다. 대신 절대 시내버스 뒷문으로 탑승하지 않으며, 지하철에선 승객이 모두 내린 다음에 한 발을 올려놓는다. 이런 것을 죽을 때까지 지킨 다음에야 내가 조금 나은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걸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한 명분을 내걸기 전에 작은 일이지만 남을 위한 진실한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말일 것이다. 중국 대학의 “오직 천하에 진실한 자만이 그 본성을 남김없이 실현할 수 있다”는 자세와 일치한다. 맹자도 “인간은 수치심이 없어서는 안 된다. 수치심이 없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면 치욕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건 국가도 마찬가지다. 백성을 다스림에 예(禮)와 치(恥)를 알게 해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고 한 선현의 말이 딱 맞는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의 나라를 선정하는데 한국과 프랑스가 최종 후보였다가 결국 프랑스가 선정됐다. 한국이 후보가 된 이유는 촛불 혁명으로 인한 내부 정치적 성취가 큰 점수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정치적인 개혁에서 한발 더 나가 재계와 사회 의식의 환골탈태를 실현시킨 게 점수를 더 받은 이유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새 프랑스 건설을 위해 도전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도전해서 성공한 국민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구현되기를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하며 혁신을 몰아부쳤다. 각종 반대와 반발에도 목표를 정하고 나라와 국민을 이끌고 간 것이 인정받았다. 

19세기 영국 역사 정치 철학자 액튼이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고 경고했는데도 프랑스 마크롱은 그 절대 권력을 긍정적 에너지로 잘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부럽다. 한국도 이런 에너지가 필요한 시점 아닌가.  

지영수겸(持盈守謙)을 연말에 되뇌인다. 가득 참을 유지하더라도 겸손의 자세를 잊지 않아야 원망도 위기도 없다는 말을 붙잡는다. 또 새해는 바뀌길 염원한다. 한국도 바뀌고 국민도 바뀌길 바란다. 그리고 이곳 해외동포들도 함께 바뀌며 새로워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미덕, 꽤 진부하지만 기본적인 자질부터 먼저 채워지길 기대한다.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던 신경림 시인의 시를 새해 인사로 삼을런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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