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 나무, 부국강병 위해 위치 후광 비춰라
DATE 18-03-09 00:43
글쓴이 : 어드민      

법가를 창시한 한비자의 말이다. “한 자밖에 안 되는 나무라도 높은 산 위에 서 있으면 천 길의 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데, 그것은 나무 키가 커서가 아니라 서 있는 위치가 높기 때문이다.”

사람 자체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가 갖는 위치가 그런 권세와 역량을 부여해준다는 말이다. 평범한 사람조차 높은 자리에 오르면 우러러 보이는 이유가 그래서일 수 있다. 존경하지 않던 높은 사람이라 해도 직접 만나면 그 위치가 내포한 위엄에 저절로 손을 모으고 다소곳해진다는 말은 숱하게 들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그를 아주 증오했던 선배가 있었다. 그런데 군대가서 시찰 나온 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게 됐는데, 그 자리에서 자기도 모르게 차렷 경례 자세에 악수하면서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단다. 독재자일지언정 최고 권력자로서의 후광은 그렇게 컸다. 

장기 집권을 구체화시켜가고 있는 중국 시진핑을 만난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도 그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 평가했다. 개인적 불행이나 고통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도록 허용하지 않는 그런 정신력을 가졌다는 것.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에 비견할 정도라고 호평했다. 하긴 그래서 36년만에 10년 주석 임기를 폐지해 종신 해먹으려는 야망까지 가진 것 아닐까. 

권력욕의 화신같은 질주로, 우상숭배 수준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려는 그의 행보가 후한 평가와는 상반돼 혼동스럽다. 실제 시진핑 권세에 당한 피해자가 너무 많아 그게 두려워 권력을 놓지 않으려 장기집권을 꾀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덩샤오핑에 대해 키는 단신이지만 서방 정치가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가래를 탁탁 뱉을 정도의 안하무인 카리스마 때문에 상대방이 움추려든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를 만난 사람들도 비스듬히 거만하게 앉아서 땀 닦은 휴지를 바닥에 던지는 위압에 저절로 공손해졌다는 말도 있었다. 

북한 김씨 지도자들을 만난 남한의 정치가들도 한 목소리로 그들을 좋게 말해왔다. 김정일을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도자로서 판단력과 식견을 갖추고 있고 똑똑하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김정일에 대해 ‘통 크고 대담하다’고 좋게 봤다. 

최근 평양에 다녀온 대북 특사단도 김정은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한 편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모두 사실일까. 만나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일단 최고 권력자라는 강렬한 후광에 눈이 잠깐 멀었을 수 있다고 말해야 안심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비자가 말한 권세는 유교의 그것과 달랐다. 유가는 지도자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법가는 철두철미한 법에 의한 철혈 군주정치를 지도자에게 원했다. 지도자의 역량에 대해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처리해야 식견이 자랄 수 있고, 다루기 어려운 사람을 다뤄봐야 성품을 단련할 수가 있다”며 단호함과 냉정함, 그리고 신속한 판단력을 주문했다. 단순히 독재자로서의 모질고 거친 성품을 일컬은 게 아니다. 

재자든, 어진 지도자든 한비자가 바란 건 부국강병을 이뤄낼 확고한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그 목표를 위해선 지독한 권세든, 술책이나 전술이든 적절하게 발휘해 뜻을 이뤄내라고 현실주의적 리더십을 강권했다. 그 성공의 대표적 인물이 진시황제였다. 

북의 김정은은 남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군사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거론했다. 그래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제다. 그 말이 한미동맹 파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냐며 당연히 반발도 많다. 그래도 이제 한가지는 밉다 못해 부러울 정도다. 북한 김씨 지도자들의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현실적, 계산적 정략 정치 말이다. 그 상대가 남한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그리고 전 세계든, 카멜레온처럼 주변 상황에 맞춰 위협도 했다, 화해 제스쳐도 흘렸다가, 억지와 몽니 등으로 색깔을 바꿔가며 일관된 목적을 지향하는 그 뚝심이랄까.

어차피 민주주의 대국 미국 대통령도 억지와 일방적 뚝심 사용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그에 대한 응징이 이뤄지나 싶어 텍사스 예비선거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단 지역 한인계 판사들은 모두 승리를 거두는 쾌거를 이뤄내 반갑다. 

텍사스 민주당이 오랫만에 ‘블루 물결’을 일으켜 변화를 몰고올 조짐을 보인 것도 성과다. 그러나 11월까지 그 물결이 살아남을지는 장담 못한다. 이상하게 선거 때마다 불꽃처럼 순식간에 확 일어났다가도 금세 사그라드는 현상이 텍사스 민주당에 많았다. 이것만은 한국 촛불에게 배워야 할 점이긴 하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부사장/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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