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위 이슬, 그 앞에서도 떠는 유약한 지식인
DATE 18-03-29 23:26
글쓴이 : 어드민      

레이건 전 대통령 일화는 매번 들어도 재밌다. 1984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던 레이건은 당시 74세였다. 대통령 후보로서 치매가 우려되는 고령의 나이는 분명 약점이었다. 당시 언론이든 여론조사든 그의 나이를 언급하며 불리하게 돌아갔다. 더구나 상대 후보 먼데일은 56세로 훨씬 젊었다. 

후보들의 TV 토론회에서 레이건의 나이는 너무 좋은 공격 대상이었다. 사회자가 ‘나이 때문에 괜찮겠냐’고 물었다. 레이건은 응수했다. “나는 상대 후보가 젊고 미숙하다는 점을 굳이 들춰내 선거에 사용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토론회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리고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더 이상 나이 문제를 거론하지 못했다. 

정치가의 늙은 나이를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될 정도의 정치가가 갖는 두뇌 회전, 임기응변, 촌철살인, 판단력과 대응력이 부러워서다.

고령의 정치가로 전설적 인물이 또 있다. 처칠 총리다. 두번이나 총리를 했지만 처음 총리가 된 때 그는 66세였다. 정계에서 그는 실패한 구세대 인물로 치부됐다. 나이도 많은데다, 독일에 대한 경고를 입에 달고 있는 정치인이어서 ‘시대를 읽지 못하는 노인네’로 치부됐다. 영국은 물론 독일과 국경 지역이던 여러 유럽 국가들도 히틀러와 평화공존을 이루자는 헛된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던 때라서 더 그랬다. 

처칠은 혼자 부르짖었다. 평화를 꿈꾸는 유화주의자들은 자신이 가장 늦게 잡아 먹힐 것이라는 위안으로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이들이라고. 그는 전쟁과 수치 중 하나를 머지 않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유화정책을 비판했다. 히틀러에 맞서 싸우자며 “평화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느니 차라리 싸워서 더 좋은 것을 얻어내자”고 했다. 물론 인기는 없었다. 

전쟁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 예지력을 말한다. 히틀러가 절대 변할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걸 간파했고, 그래서 그에게 속지말자는 말을 한 것이다. 결국 처칠로 인해 유럽은 히틀러에게 몽땅 넘어가는 걸 막아내는 마지노선을 갖출 수 있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올바른 판단이나 주장을 하는 게 필요한 정치인의 일화는 또 있다. 임진왜란 전 일본에 파견한 조선통신사 이야기다. 임금은 이들의 의견을 물었다. 반드시 전쟁이 일어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쟁의 조짐은 전혀 없고 평화롭다고 말한 통신사도 있었다. 결국 임금은 평화론을 지지했고, 전쟁 가능성을 말한 쪽은 죄인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전쟁은 일어났고, 무방비로 평화론을 믿던 조선은 일본에 당했다. 

혼자서라도 소신을 지키는 이들이 진정한 정치가요, 또 지식인일 것이다. 중국에도 그런 인물이 간혹 나온다. 반우파 운동과 문화혁명, 천안문 사건을 거치면서 중국에서 용기 있는 지식인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 희생자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도 있다. 또 장제스 정부의 인권탄압에 맞서 비판하던 콜럼비아 대학 박사 출신 베이징대 철학과 교수 후스, 그리고 그의 동료 차이위안페이도 있었다. 그들은 “진보가 지나치면 악화되고, 보수가 지나치면 부패한다”며 중립과 정의를 지향했다. 

최근 시진핑 장기 집권에 반대해 베이징대에 사표를 낸 리천젠도 그들의 후계자다. 그는 포용과 사상의 자유는 베이징대의 정신적 횃불이라며 “자유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기개 넘치는 지식인들의 처절한 희생의 대가”라고 일성을 내뱉었다.

사실 권세 앞에서 목을 내놓고 옳은 말 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모든 세력에 역주행해서 거스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고 고된 일이다. 그러나 권세는 흉함이 깃들어 있다고 선현은 말했다. 언젠가는 바뀌고 변한다는 뜻이다. 일본 권세의 상징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사람은 자신을 알아야 한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진다”고 권세자들에게 충고했다. 

생존, 나이, 권세, 두려움, 그리고 옳은 말.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의 ‘초대’를 또 읽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
당신이 몇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부사장/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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