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의 실체, 지금 안되면 한권 책으로 남길까
DATE 18-05-18 00:02
글쓴이 : 어드민      

책 하나 냈더니 난리가 났다. 그 안에 언급된 당사자는 뭐가 구린지 막말로 비난하고 억지를 쓴다. ‘인간 쓰레기’라고까지 비난하고 나선다. 심지어 국가간 약속했던 고위급 회담마저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한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쓴 책에서 김정은에 대해 ‘즉흥적이고 거친 성격’이라고 평가된 것 때문이다. 북한에서 ‘최고 존엄’이자 ‘신’과 같은 존재인데 그걸 건들었다고 분노로 날뛰는 것이다.  

자신만이 최고요, 자신만이 옳다는 사람이 하는 행태다. 그들은 자신의 독선과 오만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여기면 자제심을 잃는다. 아이오와 주립대 연구 보고에 관한 글이 있었다. 화를 참고 견디는 훈련을 한 집단과 화를 내도록 방조된 집단 사이의 분노 표현을 비교했더니, 후자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날뛰는 경향을 띠었다고 한다. 화 내는 게 습관처럼 굳어지고, 화를 내 자기방어를 하는 게 일상화돼, 결국 자신의 화를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오로지 칭찬과 추앙만 받을 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게 북한의 지도자라 해도, 또 남한의 권력자라 해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잘한다고만 해줘야 하고, 실제 모습은 비난하지 않고 비위만 맞춰줘야 기분좋아져 그 때서야 ‘비핵화’니 ‘정상회담’이니 선심쓰듯 결정내리는 식이라면 그것은 참 위험하다. 

문제는 그런 사람을 대하는 주변인들의 태도다. 분노하고 막말로 목청 높이는 이성잃은 행동에 눈치보고 주눅들고, 또 동조해줘야할 것 같은 부담스런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는 사실과 상식보다 동정이나 억지 동조와 눈치보기가 난무하게 된다. 

고위급 회담 중지를 먼저 선언해놓고 중지 이유를 남한에게 덮어씌우는 북한이다. 한미 군사훈련을 했다고 심지어 ‘역겹다’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라는 표현으로 남한을 비난한다. 그런데도 남한 일각에서는 ‘이해해줘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달래서 상대방 하고싶은대로 놔두자는 것이다. 

솔직히 북한 지도자들이 인권에서 엄청난 범죄자 수준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도 최고 존엄이나 신으로 우상화할 수 없다. 태영호의 말이 맞다는 걸 동조할 사람은 많다. 

북한이 강경하게 인신공격으로 비난해댄 인물에 미국의 볼턴 보좌관도 있다. 북한은 그를 ‘흡혈귀’ ‘매우 추악한 인간’으로 비난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6자회담 당시 그가 김정일에 대해 독재자라고 한 것 때문이다. 누가 봐도 독재자를 독재자라고 했다고, 격양한 북한은 위협하며 생떼를 썼다. 결국 미국은 볼턴을 미국 대표단에서 제외했다. 옳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분노로 억지 쓰는 편을 들어줬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줬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 지금도 북한은 수틀리면 억지쓰는 행태를 계속한다.  

한 언론가가 깃발 민주주의를 논했다. “대중의, 기득권에 대한 어리석은 분노를 악용해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 이들의 분노가 쉽게 외부로 향하게 되고, 또 소수의 적을 만들어서 자신의 무능을 감추거나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 뭐에라도 불만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 분노 표출용 ‘깃발’ 하나 만들어 흔들어주면 다같이 거기에 붙어 무조건적인 분노를 함께 방출한다. 그걸 이용해 자신의 더 큰 문제를 보지 못하게 여론몰이를 한 뒤, 권력처럼 이용한다. 내 깃발에 이렇게 우매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면서. 

이 때는 진실과 사실보다 감정과 대중심리가 득세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은, 적으로 만들어 화풀이하고 싶던 차에 그들은 정확한 판단이나 사실 확인 없어 먼저 달려드는 짓부터 하고 만다. 알프레드 타르스키라는 논리학자가 “진실인 것만 진실이다”고 말한 것처럼 세상은 진실을 주장하는 노력을 포기한 듯이 그렇게 돌아가고 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하기만 할 순 없다. 북한이 열받고 이성을 잃는 걸 보니, 태영호처럼 책으로 길이 남겨 상대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물론 그것도 힘든 일이다. 상대가 막말 비난에 억지 편 만들어 대항하고, 그래서 그의 위치와 생명까지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경험한 실체에 대해 그대로 쓰겠다는 일념으로 썼을 것이다. 이제 무슨 욕심도, 손해볼 것도 없다는, 내려놓은 마음일 것이다. ‘쓰레기’ ‘추악한 파렴치’라는 막말까지 들었는데 이제 뭔들 못할까 싶을 터. 그처럼 언젠가 책을 쓸까보다. 모든 경험과 실체를 한권 책에 담아 소설처럼 잘 읽히게 남긴다면, 그래서 오만과 억지 비방을 세상에 무릎꿇게 한다면 미력한 글쟁이 마무리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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