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하려고? 내가 틀려도 후회없을 경고의 글
DATE 18-05-25 00:35
글쓴이 : 어드민      

“나는 당신과 만나기를 고대했다. 슬프게도 당신은 최근 성명을 통해 우리에게 매우 큰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을 표시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나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서한으로 북한에 보낸 내용이다. 6월 12일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매우 강경한 편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연시되던 정상회담으로 세계 관심과 기대감을 부풀려놓고는 이렇게 허무하게 취소하다니 충격이다. 

그 답은 그 이전에 북한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엿볼 수 있다.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의 요구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고 막말 공격을 가했다. 그리고 협박도 했다.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미국이 우리와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대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특유의 ‘피바다’ 경고다. 

국가간 대화에서 감정 다분한 적대감과 분노성 협박은 상대방을 우습게 보지 않는 한 할 수가 없다. 그냥 당할, 자존심 없는 국가가 어디 있겠는가. 트럼프도 맞대응한다. “당신은 핵무기 능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나, 우리의 핵무기는 매우 강력하다. 신께 바라건대 우리가 이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물론 여기까지는 말싸움일 수 있다. 트럼프도 “궁극적으로 대화만이 의미가 있다. 대화를 원하면 연락하라”고 여지를 뒀다. 누가 힘있는지를 가리겠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지만, 그래봐야 당신 손해니 알아서 굴복하고 대화를 재개하자는 제스처다. 김정은으로서 쉽게 굽히기 어려운 제안일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가 연이어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북한의 목을 더 조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설마’라는 전쟁도 양국간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의 하나로 급부상한다. 전쟁의 본질을 논한 버나드 로 몽고메리가 지적했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전쟁이 문명의 소산이라고, 또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합의를 도출할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항상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을 바라는 국민은 없다. 그로 인한 피폐와 손실을 알기에 대화로 풀길 기대한다. 전쟁을 수행하려는 이들은 국민을 대변하는 국가라기보다는 일부 자기 이익을 찾는 정치집단일 때가 많다. 그건 ‘괴물’이 된 나라의 정치가들 무리를 일컫는다. 그래서 몽고메리는 걱정했다. 국가간의 전면적인 야만 상태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느냐고. 숱한 시간을 전장에서 보내고 전쟁을 연구한 학자로서 그의 충고는 이거다. 타인을 적으로 삼지 말고, 본인 내면의 야수를 적으로 삼으라고. 

증오, 적대심, 분노, 과욕 등의 야만적 행위가 더 큰 야만인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전쟁의 탄생’을 논한 존 스토신저는 위기상황에서 힘에 대한 인식은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염려한 것은 오만에 빠진 국가는 자신의 힘을 과장하고 상대방의 힘과 실력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볼만하다고 전쟁도 불사하고, 그리고 남은 시간을 후회로 보낸다는 것.

피할 수 없는 전쟁은 없다는 말을 새겨들어야할 이유다. 잘못된 현실 인식에서 전쟁을 선택하는 실수를 범한 이들은 전쟁이 수행되는 동안 천천히, 그리고 아주 오랜 고통 속에서 전쟁의 맨 얼굴을 대면하게 되고 그 뒤에야 자신의 오만과 과욕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쟁이 지닌 가장 큰 딜레마는 바로 전쟁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고의 스승이 전쟁 그 자체라는데 있다고 말한 이도 있다.

전쟁을 들먹이는 이 글이 시기상조에 유언비어가 될 수 있으려나. 그러나 오늘의 내 글이 거짓이 된다면 ‘그럼 말고’치곤 너무 감사할 것이다. 실제 전쟁이 나서 ‘내 글이 맞았다’는 칭찬을 바라고 쓰는 글이 아니라서 그렇다. 전쟁만은 피하라고, 제발 과욕으로 오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들어야할 그들에게 닿지 못할 공허한 소리가 된다해도 말이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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