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의 고수들, 내 것 갖고 벌이는 그들만의 도박
DATE 18-06-08 00:35
글쓴이 : 어드민      

아무래도 내가 사람을 잘못 판단했던 모양이다. 갈수록 그의 행보와 평가는 예상했던 것보다 나아지고 있다.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고 여겼고, 또 인기 역시 거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지지도가 44%로 나온 것이다. 썩 괜찮은 결과다.

취임 이후 하루도 바람 잘 날 없고 또 언론에 두들겨 맞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성추문 등도 그의 위치를 근본적으로 흔들지 못한 모양새다. “트럼프의 생존력과 돌파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정치가들이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이제 나도 그러고 있다. 

그의 높은 지지율은 무엇보다 미국 경기가 좋아져서일 것이다. 그가 기치로 내건 ‘미국 우선’도 여전히 미국인 정서에 잘 먹혀들고 있다. 미국에 일자리 몇 개 더 만들겠다고 다른 나라와 무역협상을 몇번씩 하고, 중국에 압력 넣어 조금이라도 미국에 유리하게 해보겠다고 동분서주하는 그의 노력이 고마워보일 것이다.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인데도 지지율은 고공행진인 한국 대통령 상황과는 다른 건, 미국인의 이런 실리주의적 현실주의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에 대해 ‘현실에 입각한 결정과 판단의 대가’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 ‘거래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가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정신적 낭비를 하기보다 현실에 근거해 가장 이익이 되는 판단을 재빠르게 내리는데 능하다는 분석이다.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 오늘은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현재를 선물이라는 뜻의 영어 ‘present’라고 한다는 이야기인데, 트럼프에 딱 맞는 말이다. 현재를 잘 활용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희망으로 일궈내는 모습, 이 또한 과거청산, 보복정치에 매달려 미래적 지향점이 불안한 한국과 대비된다. 

국사회 정치적 흐름에 대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라고 표현한 교토대 교수의 말이 일리 있어 보인다. 도덕을 통해 집권하고 또 부도덕을 이유로 모든 것을 잃는 정치 문화라는 것이다. 과거 집권자들에 대해 도덕적 이유로 청산을 시도하다가 현재의 집권자들도 미래의 부도덕 청산 대상자가 되고마는 악순환을 꼬집은 말이다. 실제 현 정부도 벌써 부도덕 정치라는 역습을 슬슬 맞이하고 있어서 불안해 보이지 않는가.  

트럼프의 실리적이며 ‘거래적’인 정치관은 최근 북미정상회담을 주도해 가는 과정에서도 발휘됐다. 한다 안한다를 번복해가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듯한 그의 결정은 사실 그만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다. 그가 원하는 건 분명 한국이나 북한의 이익은 아니다. 미국의 이익, 그리고 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이익이다. 

그래서 한국이 우려하는 주한미군 철수도 그는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그는 ‘동맹’이라는 가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손익계산을 해보고 철수가 이익일 것 같으면 언제든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 조짐은 대선 과정에서 이미 보여줬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지적하며 “미국이 지켜 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미국 우선 표심을 자극했다. 힌국은 ‘돈 버는 기계’인데 왜 방위비는 푼돈만 내느냐고 공격했다. 미국에 돈을 안내려면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에 대해 스스로 방어하라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입으로 미치광이니 독재자니 공격했던 김정은을 그가 12일 만난다. ‘우리는 친구가 됐다’며 악수하고 포옹하는 그림이 예상된다.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걸 과시하듯, 둘은 나란히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더구나 그 자리에 ‘한국’은 없을 것이다. 패싱 당한 채, 그러나 그것조차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채, 앞으로 여전히 북한의 핵 위협 앞에 몸 수그린 채, 뭔가를 자꾸 뺏긴 채, 그렇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처럼 나라를 잘 살게 해주는 지도자를 선호하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김정은이 회담의 자리로 나온 이유도 그것 아니겠는가. 더 못 살게 되면 내 자리도 위험해지겠다는 생존 감각 말이다. 그 역시 트럼프처럼 ‘거래의 한 수’ 도박을 하고 있을 터다. 

분명 내 땅, 내 것을 갖고 벌이는 도박판인데도 나는 아무런 결정도, 영향도 발휘하지 못하는 한국 입장에서 헛웃음만 나오는 걸 숨기지 못하겠다. 트럼프에 대한 판단 착오처럼 거래든 도박이든 자꾸 지는 모습이 한국 정치 현실과 닮아서 더 씁쓸해진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부사장>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instargram으로 보내기
    

[뉴스]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취업이민 닭공장
andreakim
휴람
 
 
뉴스코리아  |  위플달라스  |  옐로우페이지 뉴스코리아 카카오스토리 뉴스코리아 인스타그램 핫딜뉴스코리아 뉴스코리아 e-paper 위플달라스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