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단상, 독일 이기니 멕시코가 미워지더라
DATE 18-06-29 01:45
글쓴이 : 어드민      

월드컵 한국과 독일전은 묘한 갈등을 줬다. 세계 1위이자 월드컵 전 챔피언인 독일을 한국이 이겼다는 것만으로 환호가 터질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기는데도 못내 아쉽고 화가 났다. 이겨도 한국은 16강 진출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단, 같은 시간 스웨덴과 맞붙은 멕시코가 이겨준다면 한국도 가능했다. 

그런데 잘하던 멕시코가 갑자기 세 골을 먹으며 지고 있었다. 마치 스웨덴과 동반 16강에 올라가기라도 하려던 것처럼, 너무 심하게 지고 있었다. 자기들이 이겨야 한국에게 일말의 16강 진출 희망이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만, 그럴 의향이 없는 듯 했다. 이전에 한국이나 독일과 경기할 때 보여준 멕시코답지 않게 너무 쉽게 지고 있었다. 그것도 세 골차로. 

사실 한국이 지면 멕시코도 16강 진출이 안된다. 비겨도 그렇 수 있었다. 세계 최강 독일에게 한국이 진다 한들, 또 비기기만 한다 한들 그렇게 이상할 것도, 욕 먹을 일도 아니다. ‘차라리 져버려 멕시코도 못 올라가게 하지’라는 오기가 생길 정도였다.

태극전사들은 열심히 뛰었다. 달라스 한인들이 투혼을 발휘하라고 응원한 것이 통했는지, 모든 예상을 뒤엎고 독일 전차군단을 무너뜨렸다. 그것도 두 골차로 이겼다. 월드컵 80년 역사상 독일이 첫 16강 진출을 못하게 만든 대사건이었다. 월드컵에서 아시안 팀이 독일을 이긴 것도 처음이었다. 최고의 반전이고, 드라마틱한 승리였다. 16강 진출은 무산됐지만 그 이상으로 한국은 찬사와 환호를 받았다. 

경기가 끝나고 갑작스레 멕시코에서 ‘한국과 우리는 하나’라는 말들이 나왔다. 정치가부터 일반인까지 한국에 감사하다고 난리들이다. 한국이 아니었으면 멕시코가 16강에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기에 감사일색이다. 그럴거면 스웨덴전에서 더 열심히 뛰어서 한국과 나란히 16강에 올라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입안 가득히 맴도는 그 한마디를 삼키게 만든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이전에 비해 크게 기대되지도 않았고 관심도 적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정치적 이슈에 파묻힌 듯 했다. 그래도 축구와 월드컵에 대해 오래 팬이었던 한인들의 관심은 여전했다. 실제 모든 경기를 TV 중계로 다 본다는 한인 원로도 있었다. 아침부터 하는 경기를 보려고 매주 함께 하던 골프 동호회 약속도 어겼다가 동료들에게 핀잔을 먹었단다. 그러나 4년에 한번 열리는 세계 축구제전, 더구나 한국팀이 참가한 월드컵을 어떻게 그냥 넘어가냐는 원로 대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국의 독일전 승리가 가져다준 ‘세계의 열광’ 분위기만 봐도 월드컵은 나름 국가별 파워와 위상의 경연장인 게 분명하다. 국가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대표팀 축구 영웅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게 현실이다. 축구 잘해서 세계에 나라 이름을 떨치는 ‘애국’도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이번에 한국 대통령도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을 찾아 한국팀을 응원했다. 한일 월드컵을 관전한 한국 대통령도 있었지만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 관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국 정상과 달리 외국 정상들은 월드컵 현장을 찾아 응원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보는 일을 자주 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대표팀이 출전하는 대회 응원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실제 그녀가 관전하는 경기는 이길 때가 많아서 ‘승리의 여신’이란 긍정적인 별명도 얻었다. 불행하게도 이번 한국전에서는 그런 별명이 효과가 없긴 했지만. 

일명 ‘축구공 외교’로 불리는 이런 국제 관계는 제3세계 국가들인 경우 서방세계에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다. 반대로 월드컵이 이탈리아나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때에는 파시스트나 독재 정권의 홍보수단이 되기도 했다. 선수들에게도 ‘지면 사형감’이라는 압박을 통해 우승을 따낸 독재자들은 월드컵을 자신의 선전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독일전 승리를 한 한국팀을 보면서 미주 한인들도 감격하고 눈물 흘렸다. 누구는 왜 꼭 한국팀을 응원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미국에 와서 사는데, 이제 국적도 바뀐 상태인데 왜 아직도 그러느냐고.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몇년마다 치러지는 한국 대선에서도 일희일비하며 응원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처럼, 태극기를 달고 시합하는 한국 선수를 보면 자동으로 응원하게 된다. 같이 뛰고 같이 울고 웃는다. 

오죽하면 그럴 이유없던 멕시코가 다 미웠을까. “조금만 더 열심히 뛰지!” 무너지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실망하며 혼이라도 한번 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처럼 멕시코도 그렇게 혼내줬으면 할 정도였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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