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정원에 심은 씨앗
봄!
얼은 땅을 깨고 새로운 씨앗들을 심을 수 있는 봄은 말 그대로 생명의 시즌이다.
겨울 동안 미리 계획해서 실내에서 키워온 모종을 야외 정원으로 옮겨 심거나, 토양에 직접 씨앗을 뿌릴 때의 기분은 기대감으로 가득 찬 미소를 짓게 한다.
“언제 새싹이 얼굴을 내밀까?”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자라는 이 작은 생명을 보는 과정 만으로도 벌써 배가 부르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이 너무 앞서서 계획 없이 다양한 씨앗을 여기 저기 심어놓고 무얼 심었는지 까먹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가만 있어봐. 이게 뭐였지?
정원 일기장을 활용하거나 식물 옆에 꽂는 작은 막대기에 씨앗을 심은 날짜 및 그 씨앗 명을 적어 놓아야 하는데 “아, 다 기억해!” 하거나 “내일 하지 뭐!” 하고 시간을 보내 버리면 십중팔구 헷갈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정원에 씨를 뿌릴 때는 계절, 온도, 일조량을 다 고려해서 그 시즌에 맞는 씨앗을 적합한 장소에 심어야 한다.
그늘을 좋아하는 식물인지, 양지바른 곳에 심어야 하는지, 추운 날씨에 더 잘 자라는지, 따뜻해야 열매 맺는지를 구분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앞 뒤 전후 생각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급히 아무 씨앗이나 아무 때나 뿌리면, 심은 만큼 거두는 수확의 기쁨은 갖기 어렵고 “금년 농사는 다 실패다”라는 생각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야외 정원에도 내가 무슨 씨앗을, 어디에, 어느 시즌에 심었는지 잘 기억하고 돌보는 것이 중요하듯, 오늘 내가 나의 마음 정원에 뿌린 씨앗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돌보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불안과 우울의 씨앗이 내 맘에 떨어졌을 때 그대로 방치 한 건 아닌지, 질투와 조소의 씨앗이 뿌리내리는 걸 알면서도 물을 흠뻑 준 건 아닌지, 열등감과 분노의 씨앗이 잘 자라도록 오히려 비료를 공급한 건 아닌지 말이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이 더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 정원이 혼돈스러운 틈을 타서 내가 오늘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나 지인의 마음 정원에 무슨 씨앗을 심었는지를 자각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자녀의 마음 정원에 좌절과 수치감의 씨앗을 마구 흩뿌려 놓은 건 아닌지, 남편/아내의 마음 정원에 무망감과 거절감의 씨앗을 군데 군데 뿌려 놓은 건 아닌지, 지인의 마음 정원에 비난과 탓, 울분의 씨앗을 꾸역꾸역 심어 놓은 건 아닌지 말이다.
“화평케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 (야고보서 3:18)”
“Peacemakers who sow in peace raise a harvest of righteousness (James 3:18)”
그렇다. 마음 정원은 이처럼 정직하다. 내가 심은 씨앗을 내가 열매로 거두기 때문이다.
마음 정원을 돌보는 우리는 모두 다 농부다. 농부는 비가 와도, 10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정원 가꾸는 일을 쉬지 않는다.
나는 오늘 자녀의 마음 정원에 내가 심은 격려와 용기의 씨앗이 잘 자라고 있는지 매일 물을 주며 잡초 뽑는 수고를 거듭하고 있는가?
나는 오늘 남편/아내의 마음 정원에 위로와 용서의 씨앗을 정성스레 심고 열매 맺는 과정을 기대하며 돌보고 있는가?
나는 오늘 황폐해져 버린 지인의 마음 정원에 인내와 수용의 씨앗을 심고 돌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가?
마음 정원을 돌보는 농부로서 “나는 오늘 나와 타인의 마음 정원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진중히 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