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인류에 대한 사랑과 열정”
베토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위대한 거장으로서의 강인한 이미지. 괴팍하고 무서운 얼굴을 한 예술가의 이미지. 많은 사람들에게 베토벤은 ‘자신의 운명과 맞서 싸운 위대한 인간 승리’의 아이콘임과 동시에 어딘가 다가가기 무섭고 괴팍한, 히스테릭한 음악가의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베토벤만큼 ‘인간승리’라는 단어를 잘 보여주는 음악가가 또 있을까?
그가 악성, 즉 ‘음악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을 넘어선 숭고함까지 느껴진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그의 음악적 위대함이 열악한 악조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열정과 의지, 독한 고집스러움과, 괴팍한 성격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는 여린 마음과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밝은 청년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는 제2의 모차르트라는 피아니스트 신동으로 불리며, 어린 시절부터 유명세를 누렸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 뒤에는 어두운 그늘이 있었는데, 바로 그의 아버지이다. 어린 베토벤을 모차르트처럼 만들기 위해 베토벤을 학대하면서 음악교육을 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베토벤은 11살 때에 궁정 오케스트라 단원에, 13살 때는 이미 궁정 오르간 연주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베토벤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15살 때부터 그는 남은 동생들의 생계를 위해, 피아노 교습 등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넓은 대 저택에서 평온하게 작곡을 하며, 성공의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을 것만 같았던 그는, 사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치열하게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베토벤의 쓰디쓴 인생에 더 큰 시련들이 다가오게 된다.
25살, 한창의 나이에 귓병이 찾아왔다. 음악가에게 있어 청력이란 목숨과 같다. 그에게 있어서 청력을 잃어 간다는 사실은, 곧 불치병 환자처럼 목숨을 잃어가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으리라.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는 결국 완전히 청력을 잃었다. 6년간의 투병에도 귓병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더욱 악화되자, 1802년 절망의 심연에서 그는 하일리겐 슈타트 유언을 쓰게 된다.
그가 서른두 살이 되던 해에, 아우인 칼과 요한에게 남긴 것이다. 극도로 악화된 건강 때문에, 그는 빈 교외 마을인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 중이었다.
그 당시 베토벤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절망 가운데 이 유서를 쓰게 된다.
유서의 첫 부분을 보면, 자신의 괴팍한 행동에 대한 변명이 등장한다. 의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베토벤의 이해할 수 없는 괴팍한 행동들을 그의 선천적인 타고난 인간성으로 치부했으나, 베토벤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변명하며, 육체적 원인이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내세운 최초의 사람이 되기도 했다.
사실 그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따뜻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이는 그의 유서 중 일부분이다.
너희들은 나를 적의에 차고 사람들을 혐오하는 고집쟁이로 여기고 또 쉽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렇게 보이게 된 원인을 너희들은 모를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가슴속에 따뜻한 마음과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뿐이랴? 가치 있고 위대한 일을 성취하려는 갈망 또한 끊임없이 불태워 왔다.
신이여, 당신은 내 마음이 인류에 대한 사랑과 선을 행하려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아실 것이오. 오오, 사람들이여, 언젠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대들이 나를 얼마나 부당하게 대해 왔는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불행한 사람들은 당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한 인간이, 온갖 장애를 무릅쓰고 자기 역량을 다해 마침내 예술가 또는 빛나는 인간의 대열로 솟아오름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라.
그에게는 ‘사랑’과 ‘선함’ 그리고 ‘따뜻한 열정’ 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괴팍한 성격 파탄자로 치부했으나, 그의 유서의 일부분을 읽고 있으면, 마음 한켠이 아련해진다. 그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도, 끝까지 ‘예술’에 대한, 신에 자신에게 맡긴 ‘사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가장 소중한 청력을 잃었으나, 인류에 빛과 소금이 되는 곡들을 창작한, 예술의 위대함은 인간의 완벽성이 아닌, 불완전한 면모까지 포함하는 것임을, 진정한 ‘승리’를 보여준 베토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