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학습 통해 중고생들 실력 쌓아둘 기회
유례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개학을 앞둔 초중고, 그리고 대학까지 대면/비대면 수업 결정에 애로를 겪고 있다. 달라스의 학교들은 대부분 8월 둘째 주부터 9월 노동절 휴일까지의 첫 3주간은 온라인 수업을 하고 그 후는 상황 봐가며 결정할 것 같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대학들은 일찍부터 가을 학기는 온라인 수업으로 결정했고 뉴욕 주나 메사추세츠 주에 있는 대학들은 9월 첫주부터 추수감사절 전까지로 가을 학기 수업을 단축하기로 했다. 캠퍼스와 기숙사를 오픈하는 대학들도 수업 인원에 제한을 두고 온라인/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코넬 대학의 경우는 뉴욕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한 타주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14일 간의 자가 격리 방침을 지키기 위해 호텔 체류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일주일만에 철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수 천명을 체류시킬 호텔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숙사에서 모두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할 판인데 이렇게 해서라도 대면 수업을 하겠다는 대학의 의지도 상황이 악화되면 며칠 사이에라도 꺾일 수 있다.
모두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고 싶겠지만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어떤 상황이 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지금은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 온라인의 비효율성과 불편함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나 역시도 한참 바빠야할 섬머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그룹 과외나 새 학생을 받을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기존의 몇 학생들만 개인 과외로 만나고 있다. 주변에선 비대면 수업을 추천했지만 학생을 직접 만나지 않고 수업을 한다는 게 과연 대면 수업만큼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아직은 소수 학생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해가며 가르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을 상대하려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게 맞는데 지금은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기 보다는 기존의 몇 학생들이 목표한 점수를 받을 때까지 만이라도 대면 수업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다.
내게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확실한 목표가 있다. 미들 스쿨 학생인 경우는 수학 학년 스킵 시험(Credit by Exam Test), 듀크 팁 그랜드 목표나 존스 합킨스 세트 멤버, 그리고 세인트 마크나 하커데이 사립학교 시험(ISEE) 때문이다. 가끔씩 이런 시험들과 관계없는 8학년 학생도 오는데 그 경우는 아주 뛰어나 10학년 정도에 SAT 시험을 마치려는 목표가 있거나 7학년 때 듀크 팁 준비를 못해서 놓친 경우다.
8학년이 돼서 SAT 시험을 보면 점수가 높아도 듀크에서 상은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7학년 때 준비하고 시험을 치렀다면 충분히 그랜드 상을 받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확인으로 자신감이 회복되는 걸 볼 수 있었다.
하이스쿨 학생인 경우는 SAT와 내셔널 메릿 장학생 시험인 PSAT 준비를 위해서다. 학생들과의 일화만 해도 책 한권은 써 낼 수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해 온 경험 때문에 한 두 번 수업만 해봐도, 또 학생과 부모님과의 관계만 보아도 대략 학생의 학업 성취도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저학년 학생들은 대부분의 경우 부모 참여도와 학생의 성적이 비례관계에 있고 고학년 학생들은 가고자하는 대학이나 전공에 대한 목표가 확실할수록 성취도가 높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머리 나쁜 학생들은 거의 없는 거 같다. 이해를 못해 애 먹이는 학생들보다 이해는 빠른데 뒤돌아서면 잊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반복학습이 지루한 듯해도 필요한 이유다. 과외 지도 초창기에는 첫 수업에서 받은 인상이나 평가로 섣불리 똑똑하다, 평범하다를 평가했다가 실수한 적이 몇 번 있어 지금은 신중하게 몇 번의 수업을 해 보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지금도 첫 수업부터 아는 케이스도 있지만.
선생이 설명해 줄 때야 알 것 같아도 기록이나 비슷한 문제로 확인을 해 놓지 않으면 일주일만에도 날라갈 수 있다. 그래서 오답 노트가 중요하다.
미들 스쿨 학생들은 대체로 이 오답 노트에 성실하다. 같은 유형의 문제를 세 번째 나왔을 때도 못 푼다면 이유는 딱 두가지다. 오답 노트를 안했거나 눈으로만 확인하고 넘어간 경우다.
하이스쿨 학생들에 비하면 미들 스쿨 학생들의 첫 수학 SAT 시험 성적은 하이스쿨 학생들보다 -200점은 낮게 출발하지만 한 두달만에도 확연한 상승 곡선을 보이고 서 너달 후에는 웬만한 하이스쿨 학생들은 다 따라 잡는 이유가 오답 노트와 확실한 단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스쿨 학생도 만점을 목표로 잡는 경우는 실수나 같은 유형의 문제를 틀리는 경우는 없다.
SAT 시험은 집중력과 속도가 성공의 열쇠다. 집중력이 높을수록 실수가 적고 속도가 빠를수록 잘하는 학생이다. 반대로 산만하고 속도도 느리다면 이 두 열쇠를 갖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한 SAT 시험 점수에서는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전 칼럼에서 추천한 양서를 읽는 것도 이 두 키-집중력과 속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다.